단순 치정극에 그치는 줄 알았던 ‘카림토토 스캔들’이 권력자들 사이 암투와 음모론이 난무하는 미스터리물로 진화했다. 중국 여성 덩신밍(33) 씨와 한국 외교관들 사이 불륜이 문제가 돼 촉발된 사건은 덩 씨가 한국 정부의 기밀을 확보해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됐고, 여기에 카림토토 총영사와 부총영사 간의 알력과 음모론 등이 더해지면서 이해당사자들 사이 진실게임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당초 덩 씨의 남편인 진모 씨는 지난해 말 법무부 소속의 H 전 영사와 아내와의 불륜관계를 법무부에 제보했다. 공직기강을 바로잡아달라는 명분과 함께 둘 사이를 갈라놓아 가족관계를 회복하려는 취지였다. 당시 진 씨는 덩 씨의 컴퓨터에서 발견한 국내 정관계 인사 200명의 연락처 등 자료도 함께 건넸다.

하지만 지난 10일 오후 일부 보도에 따르면 진 씨는 “국내 정관계 인사 200명의 연락처 자료는 솔직히 제 와이프(덩 씨)의 컴퓨터에 들어있지 않던 것”이라며 국정원 출신의 J모 부총영사 등에 의해 해당 내용이 끼어들어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자료는 2007년 대선당시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의 ‘선거대책위원회 비상연락망’과 ‘한나라당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비상연락망’ 등 김정기 전 총영사가 보관하고 있던 것이었기에, 기밀유출 문제를 두고 김 전 총영사는 자신에 대한 ‘정보기관의 음해’라 주장해왔다. 이 대통령과의 연을 바탕으로 ‘낙하산’으로 김 전 총영사가 부임한 데 대해 국정원 출신의 부총영사 등과 알력이 있었다던 일각의 주장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가 나간 지 얼마 안돼 법무부는 공식 논평을 통해 이 같은 상황을 다시 뒤집어놓았다. 법무부가 “이번 사태 관련 자료들은 진 씨에게서 e-메일을 통해 직접 전달받은 것”이라고 밝힌 것. 진 씨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메일 계정 도용 사실을 밝히며 “누군가 (이번 사태를)조작ㆍ은폐하려는 것 같다”며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규명할 필요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지만 명확한 진상은 전혀 밝혀진 게 없다. 이해당사자들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주장을 내놓는 데다 사건의 중심인 덩 씨가 빠져있는 탓이다. 하지만 관련 당국은 덩 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채 덩 씨가 상하위 고위층과 연관된 문제로 앞서 중국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는 소식만 알려졌다. 정부합동조사단은 다음주부터 카림토토 총영사관 현지 조사와 함께 중국에 덩 씨 조사를 위한 협조를 구할 계획이지만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법무부는 이 조사를 마친 뒤에야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백웅기 기자 @jpack61> kgung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