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무’ 공동 안무한 김성훈의 파격 도전

반복된 ‘폭력의 잔혹성’ 보여준 충격적 무대

안무가·토토사이트 돈받는법 모두 불편 “힐링 필요해”

김성훈 안무가가 무경계 예술축제 ‘싱크 넥스트(Sync Nest) 25‘에서 공개한 ’핑크’는 국내 토토사이트 돈받는법계에선 좀처럼 시도된 적 없는 아르토 기법을 차용, 날 것의 격투와 구토, 전라 노출 등의 자극을 통해 폭력의 잔혹성을 드러낸다. [고승희 기자]
‘싱크넥스트25’를 통해 선보인 김성훈 안무가의 ‘핑크(Pink)’ [세종문화회관 제공]
‘싱크넥스트25’를 통해 선보인 김성훈 안무가의 ‘핑크(Pink)’ [세종문화회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새하얀 벽에 타고 흘러내린 핏줄기가 바닥까지 흥건히 덮어버린다. 피범벅이 된 무대로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8명의 남자 토토사이트 돈받는법가 등장해 핏자국을 닦아낸다. 오랜 시간 눌어붙어 잘 지어지지 않는 벽을 박박 문지르고, 검은 걸레로 피 웅덩이를 몇 번이고 훔쳐낸다. 귀를 괴롭히는 진동 같은 전자음. 아무런 말 없이 폭력의 흔적을 지워내니 무대는 핑크빛만 남는다.

아무리 닦아내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폭력의 역사 위에 다시 폭력이 그려진다. 8명의 토토사이트 돈받는법가 다시 선 무대. 한 사람의 춤으로 무대는 시작한다. 반복적인 테크노 음악에 맞춰 온몸의 관절과 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휩쓸리고 당겨진다.

극도로 절제되고 정제된 전통의 세계인 ‘일무’ 공연으로 3000석 대극장 무대를 매진시킨 안무가 김성훈(43)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토토사이트 돈받는법의 신세계를 열었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의 여름 축제인 ‘싱크넥스트25’를 통해 선보인 ‘핑크(Pink)’다.

‘핑크’는 국내 토토사이트 돈받는법계에선 좀처럼 시도된 적 없던 적나라한 잔혹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마라맛’ 공연이다. 안무가 김성훈은 “어릴 때부터 잔혹극에 대한 알 수 없는 끌림”을 품었다가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애초부터 ‘파격’을 내걸고 등장한 무대는 극장 안에 들어서는 관객들에게 ‘트리거 워닝’까지 공지했다.

‘핑크’는 ‘폭력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안무와 날 것의 격투, 연극적 요소가 장면 장면 등장하는 무대다. 토토사이트 돈받는법 공연으로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과도한 폭력, 전라 노출, 구토는 물론 자해 도구로 쓰이는 칼, 채혈을 위한 주사기 등이 등장해 눈을 질끈 감게 하는 장면들이 연속된다.

‘싱크넥스트25’를 통해 선보인 김성훈 안무가의 ‘핑크(Pink)’ [세종문화회관 제공]
‘싱크넥스트25’를 통해 선보인 김성훈 안무가의 ‘핑크(Pink)’ [세종문화회관 제공]

안무가는 “우리가 무심코 아름답다고 감각하는 대상의 이중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자극적인 폭력 장면을 통해 작품을 보는 관객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한계를 허용하고 어떤 불편함을 느낄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핑크’는 장면이 바뀔 때마다 수위 높은 폭력성을 그려간다. ‘폭력’이라는 대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선 안무가 김성훈의 날카로움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피범벅이 된 무대를 닦아낸 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의 무대. 8명의 토토사이트 돈받는법가 등장하나 무대는 솔로 토토사이트 돈받는법에게 집중한다. 관절과 근육을 하나하나 풀어내 빠른 리듬에 휩쓸리는 이 춤은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맞고 쓰러지고 밀쳐지고 당겨지는 모습, 폭력의 고통에 몸부림치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토토사이트 돈받는법의 격렬한 춤을 통해 그린다.

토토사이트 돈받는법 2인이 정적이 된 무대에서 보여주는 격투는 춤이라기보다 드라마나 영화 속 액션신을 보는 것처럼 사실적이다. 격렬하게 충돌하는 신체 행위 자체가 무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무용 자체가 신체의 모든 행위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는 장면이다.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해 사랑받은 토토사이트 돈받는법 고동훈은 이 장면에 대해 “남자 둘이 폭력성을 좀 더 깊게 표현하는 부분이었는데 누가 봐도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사실적으로 풀어봤다”고 말했다. 김성훈은 소설 ‘파리 대왕’에서 영감을 받아 남성들이 생존을 위해 서열을 나누고 죽이는 폭력적인 모습에 중점을 뒀다고 말한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은 무인도에 불시착한 소년들의 권력 투쟁을 그린다.

‘싱크넥스트25’를 통해 선보인 김성훈 안무가의 ‘핑크(Pink)’ [세종문화회관 제공]
‘싱크넥스트25’를 통해 선보인 김성훈 안무가의 ‘핑크(Pink)’ [세종문화회관 제공]

관객들을 자극하는 다양한 방식이 무대에서 등장한다. 거대한 얼음을 들고나온 토토사이트 돈받는법가 그것을 끌어안다 내던지고 구토를 하고, 다른 누군가를 위협할 듯 날카로운 칼을 든 토토사이트 돈받는법가 난데없이 입속으로 칼을 집어넣으며 자해한다. 약쟁이처럼 주사기를 들더니 채혈을 하거나, 긴 머리카락을 붙잡힌 채 폭력에 앞에서 저항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모습도 담아낸다.

끝도 없는 폭력에 노출된 이들은 인간성을 잃어간다.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자신의 상태에 무감각해지고, 폭력 자체에도 무뎌진다. 거대한 충격을 받은 듯 영혼 없는 눈빛과 그저 지쳐버린 표정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공연에 출연한 토토사이트 돈받는법들도 작업 과정에서의 힘듦을 토로했다. 토토사이트 돈받는법 이창민은 “연습실만 오면 피범벅으로 변한 무대를 보는 것이 아주 힘들었다”면서 “공연이 끝나면 요즘 다시 보고 있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면서 치유할 생각”이라고 했다. 송승욱은 “처음에는 작품이 불편했는데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지고 감각이 무뎌졌다”며 “이후에는 조금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내 모습을 보면서 재밌었지만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무대를 완성한 안무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성훈은 “작품을 하면서 토토사이트 돈받는법들이 다 불편하고 힘들고 아픈 상태다. 나도 괜찮을 줄 알았지만 막상 하니 되게 불편해서 병원을 가야 될 것 같다”며 “다음부터는 안 하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끊임없는 ‘폭력의 전시’ 보다 불편했던 지점은 ‘폭력의 위험성’에 노출된 토토사이트 돈받는법들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홍성현 토토사이트 돈받는법는 “이번 작품은 행위로서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연출을 했기에 새롭게 느꼈고 많이 배워가는 부분도 있었다. 안무가가 가장 확실하게 얘기했던 것은 토토사이트 돈받는법들의 안전이었다”며 “우리가 안전을 지켜가면서 관객들한테는 어떤 연출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싱크넥스트25’를 통해 선보인 김성훈 안무가의 ‘핑크(Pink)’ [세종문화회관 제공]
‘싱크넥스트25’를 통해 선보인 김성훈 안무가의 ‘핑크(Pink)’ [세종문화회관 제공]

김성훈 안무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청각의 시각화, 즉 음악의 안무화다. 해미 클레멘세비츠의 음악에 들어있는 중요한 요소요소가 동작으로도 표현돼 관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엄청난 연습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는 장면이다.

안무로서 가장 압도적이었던 장면은 여덟명의 토토사이트 돈받는법가 선홍빛으로 얼룩진 흰 벽의 무대에 기댄 채 앉아 군무를 추는 장면이다. 안무의 질적 수준 자체가 뛰어난 데다 음악과의 조화로움 역시 압도적인 감각적 춤이었다. S씨어터의 무대 길이, 토토사이트 돈받는법 간의 간격의 균형감이 주는 쾌감으로 인해 이 작품의 토토사이트 돈받는법가 왜 8명일 수밖에 없었는지까지 생각하게 한다. 비례의 미학까지 계산한 장면처럼 보였다.

다만 이 장면은 안무와 춤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핑크’의 전체 흐름과는 무관해 보였다. 공연에서 자극적 장치로 사용된 소품과 이를 활용한 장면 역시 큰 맥락에선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 보일 뿐, 연출로서의 상징성을 충분히 드러내지는 못했다. 선지로 토토사이트 돈받는법 마지막 장면에서 조명이 떨어지는 것 역시 다소 생뚱맞아 보였다.

이 무대는 프랑스 극작가 앙토낸 아르토(1896~1948)의 ‘아르토 기법’에서 접근했다. 충격과 비정상의 잔혹한 상황을 통해 카타르시스와 환기를 주고자 한 무대다. 김성훈은 특별히 메시지를 담거나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공연은 아니라고 했지만, 분명한 메시지는 있다. 폭력은 반복되고, 폭력 속 노출은 씻어내려해도 씻기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다.

극의 말미, 8명의 토토사이트 돈받는법는 전라의 상태가 된다. 겹겹이 쌓여있던 폭력의 흔적을 벗어내듯 쏟아지는 물줄기에 자신을 씻어낸다. 핏자국이 지워지고 사라지는 듯 보이다가 다시 옷을 입고 떠나는 이들. 무대를 떠나지 못하고 쓰러진 한 남자는 여전히 폭력에 노출돼 있다. 그의 위로 내장과 부속물이 떨어지고, 무대는 다시 시뻘건 피범벅이 된다. 무대의 첫 장면, 피범벅이 된 벽과 바닥을 토토사이트 돈받는법들이 닦아내던 장면에 등장한 음악이 다시 나온다. ‘폭력은 반복된다’는 것을, 붉은 흔적은 아무리 지워도 ‘핑크빛’으로 물들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담아낸 일관된 주제 의식이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