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노동계 “더블유 토토은 한계 명확, 구조적 개선과 예산 병행 절실”

산업안전 모범국 영국·싱가포르 어떻게 하나 봤더니…‘사후대응 보단 예방’

서울 용산구의 한 건설현장 관계자들이 수분을 보충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서울 용산구의 한 건설현장 관계자들이 수분을 보충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산업현장에서 안전조치를 무시한 채 작업을 강행하는 관행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

[헤럴드경제=윤성현·홍승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건설현장 사망 사고에 대해 징벌적 배상까지 검토할 것을 지시했지만, 현장에선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블유 토토은 일시적일 뿐, 결국 ‘안전=비용’이라는 인식을 재정립해 사고 예방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에 쫓기는 국내 건설현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근로자 입장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건설안전, “더블유 토토 예산이 먼저”

14일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전문가들은 더블유 토토 중심의 법·제도만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으며, 안전을 위한 현실적인 예산 반영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9월 중 발표 예정인 ‘노동안전종합대책’에서 현재 동일 사업장에서 ‘동시 사망자 2명 이상 발생 시’ 영업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준을 ‘연간 누적 사망자 발생 시’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더블유 토토는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기준 마련이 꼼꼼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공공공사에서는 하도급 공사금액이 도급금액의 82% 이상으로 유지돼야 하고, 이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불법”이라며 “그러나 민간공사에는 이 같은 기준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사비가 적정 수준으로 책정돼야 결과물 품질이 담보되는데, 부족하면 결국 안전 부문에서 타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역시 더블유 토토에 앞서 불법 하도급을 종용하는 비용 부족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주현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더블유 토토법은 더블유 토토 위주인데,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면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건설 안전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현장 관계자는 “시간과 비용에 쫓기지 않는 발주가 안전한 일터의 출발점”이라며 “최저가 낙찰제를 근절해 근로자들이 여유 있는 환경에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공사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법 개정에 더해 문화·캠페인 병행한 영국·싱가포르…사망자 줄었다

해외에서도 중대재해더블유 토토법과 같은 법 개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장에 내리는 기술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영국이 대표적이다. 1972년 로벤스보고서를 통해 현대의 산업안전 규제를 정비하고 자율적 안전관리 체계의 토대를 마련한 영국은 2007년에는 중대재해더블유 토토법의 모델이 된 ‘기업과실치사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건안전청(HSE)소속의 산업안전감독관을 둬 위험도가 높은 분야나 사고 이력이 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정기·불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산업안전감독관은 위험도가 높은 분야나 사고 이력이 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현장을 기습 점검한다. 여기에 다양한 안전기술 지침과 실무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배포해 자율적인 안전관리 문화를 유도 중이다.

싱가포르도 유사하다. 이 나라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2006년 ‘산업안전보건법(WSHA)’을 도입했다. 이 법안은 사후 대응이 아닌 위험 사전 제거에 초점을 맞춘 법안으로, 고위험 작업에는 ‘작업허가제(Permit-to-Work)’를 적용하는 등 작업 전 안전 조건 충족을 의무화했다.

다만 법개정에서 나아가 2028년까지 산업재해 사망률을 인구 10만 명당 1.0명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 하에 ‘WSH2028 캠페인’을 병행했다. 그 결과 ‘산업 안전 보건 보고서’에 기재된 국가별 10만 명당 사망자 수가 2005년 4.9명에서 2024년 1.2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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