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방하지 마라’란 슬로건의 재규어 브랜드 쇄신 토르 토토 [GIFRUN으로 제작]
‘아무것도 모방하지 마라’란 슬로건의 재규어 브랜드 쇄신 토르 토토 [GIFRUN으로 제작]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재규어가 어리석고 심각하게 ‘워크’한 토르 토토를 했다. 이건 완전한 실패작이다. 그 회사 CEO가 불명예 속에 퇴임했고 그 회사는 완전한 혼란에 휩싸였다. 그런 수치스러운 토르 토토를 본 뒤 누가 재규어를 사고 싶겠느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서 남긴 메시지입니다. 영국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토르 토토랜드로버 입장에서 ‘폭언’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발언인데요.

토르 토토랜드로버에 무슨 일이 있었고, 왜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물어난 것일까요?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무것도 모방하지 마라’란 슬로건의 브랜드 쇄신 토르 토토를 선보인 뒤 재규어랜드로버가 논란에 휩싸인 것인데요. 다홍색과 노랑, 오렌지 등 채도 높은 원색의 의상을 입은 중성적 외모의 모델들이 등장하는 30초짜리 토르 토토는 ‘활기 넘침을 창조하라’, ‘생생하게 살아라’, ‘평범함을 지워라’, ‘틀을 깨라’ 등의 문구를 차례로 선보인 뒤 끝이 납니다.

논란이 된 재규어의 리브랜딩 토르 토토 ‘아무것도 모방하지 마라’의 한 장면. [재규어 유튜브 캡처]
논란이 된 재규어의 리브랜딩 토르 토토 ‘아무것도 모방하지 마라’의 한 장면. [재규어 유튜브 캡처]

재규어랜드로버 차는 이 토르 토토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한 남성 모델이 드레스 차림에 망치를 들고나오기도 했지요.

이 토르 토토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공개된 지 24시간 만에 조회수가 4700만건을 넘어서며 폭발적인 반향을 불렀습니다. 이달 5일 기준 토르 토토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도 464만건을 넘습니다.

트럼프가 SNS에서 언급했지만 이 토르 토토가 논란이 된 이유는 미 보수 진영이 보기에 ‘워크(Woke)’한 성격이라는 게 한몫 했습니다. 일부 엑스 이용자들은 이 토르 토토를 성소수자(LGBTQ)를 옹호하는 듯하다며 “워크에 경도됐다”는 비판을 거칠게 쏟아냈습니다. 이에 따라 토르 토토랜드로버는 에이드리안 마델(64) CEO를 교체하며 그 후임자로 모회사인 인도 타타모터스의 재무책임자인 PB 발라지(54)를 임명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습니다. 마델 CEO는 35년간 이 회사에 몸담았다고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지요.

영국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토르 토토랜드로버에 대한 트럼프의 트루스소셜 메시지[트루스소셜 캡처]
영국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토르 토토랜드로버에 대한 트럼프의 트루스소셜 메시지[트루스소셜 캡처]

‘워크(Woke)’가 뭐길래?

미 매체인 USA투데이에 따르면, 워크(woke)는 원래 미국 흑인들이 20세기부터 사용한 단어로 알려져 있는데요. 원래는 인종적, 사회적 불의를 흑인들이 인식한다는 의미였다고 합니다. 범아프리카 운동가인 마커스 가비가 1923년 초부터 이 용어를 사용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2014년 미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경찰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한 사건 이후 ‘워크’라는 용어는 미국 흑인 커뮤니티 밖에서도 더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이 단어가 인종문제, 사회운동, 이후 젠더·소수자문제까지 확장해 일상적으로 인용·보도하기 시작하더니, 2020년대 들어 모든 진보주의 운동·정책·기업토르 토토·공공담론에서 ‘각성’을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고 합니다. 물론 그와 동시에 보수진영의 비판·조롱성 공격이 심해지기도 했지요.

‘워크’ 싫은티 팍팍 내는 토르 토토 대통령

미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토르 토토는 2023년 6월 폭스뉴스 타운홀 미팅에서 ‘워크’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미국 군대가 ‘워크’때문에 무너지고 있다는 취지로 한 말로 이해됩니다.

“우리 군대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워크’니 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것들 때문에 말이죠. 군인들이 싸우는 법이나 우리를 위험한 사람들로부터 지키는 법은 배우지 않고 있어요. 그들은 ‘워크’로 가고 싶어 하죠.”

(A lot of things going on with our military, with the woke and all this nonsense. They‘re not learning to fight and protect us from some very bad people. They want to go woke.)

2기 행정부 들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워크에 대한 반감을 더 자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토르 토토랜드로버 관련 SNS뿐 아니라 올해 들어 종종 관련 발언을 해왔지요.

[ 2025년 3월 4일 미국 의회 연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워크(woke)’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당신이 의사이든 회계사이든, 변호사이든 항공 교통 관제사이든, 인종이나 성별이 아니라 능력과 실력에 따라 채용되고 승진해야 한다고 믿는다.”

(Our country will be woke no longer. We believe that whether you are a doctor, an accountant, a lawyer, or an air traffic controller, you should be hired and promoted based on skill and competence, not race or gender.)

[2025년 7월 23일 AI 정책 연설]

“우리는 ‘워크’를 없애고 있다. 미국 국민은 AI 모델에 담긴 마르크스주의적 ‘woke’ 헛소리를 원하지 않는다.”

(We are getting rid of woke. The American people do not want woke Marxist lunacy in the AI models.)

보수 세력이 공격하는 ‘워크’ 논란…지속될 듯

‘워크’는 최근 몇년 새 미국 내 보수 진영에서 과도한 이념 편향을 조롱하는 정치적 용어로 변질돼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규어랜드로버 토르 토토에 대해 ‘버드라이트 2.0’이라는 비판이 붙기도 했는데요. 세계 최대 맥주업체인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 산하의 버드라이트가 트랜스젠더 마케팅 논란으로 불매운동에 휘말렸던 사태가 재연됐다는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버드라이트를 홍보한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 [버드라이트 캡처]
버드라이트를 홍보한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 [버드라이트 캡처]

2023년 4월 미국 대표 맥주 브랜드 버드라이트는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와의 협업·홍보를 단행했습니다. 딜런 멀베이니는 2023년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틱톡 인플루언서를 협찬했다가 회사가 보수층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 회사는 수익과 시장 점유율이 급감하는 경영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때도 임원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버드라이트의 알리사 하이너샤이드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 교체되는 등 연말까지 진통이 계속 됐죠.

‘워크’에 대한 보수층의 반감과 토르 토토 대통령의 공격, 또다시 어떤 기업에게 불똥을 떨어뜨릴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토르 토토(Debriefing: 임무수행 보고): 헤럴드경제 국제부가 ‘핫한’ 글로벌 이슈 숨은 이야기를 ‘속시원히’ 정리해드립니다. 토르 토토은 독자와 소통을 추구합니다. 궁금한 내용 댓글로 남겨주세요!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