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 냉동된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기증받아 아기를 출산한 미국인 부부가 역대 ‘최고령’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통한 출산 기록을 세웠다.[MIT 테크놀로지 리뷰 캡처]
31년 전 냉동된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기증받아 아기를 출산한 미국인 부부가 역대 ‘최고령’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통한 출산 기록을 세웠다.[MIT 테크놀로지 리뷰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에 태어난 태디어스 대니얼 피어스에게는 모먼트 토토사이트가 둘이다.

31년 전 냉동된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만든 엄마, 그리고 이를 기증받아 아기를 출산한 엄마다. 이들의 사례는 역대 ‘최고령’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통한 출산으로 기록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의 린지(35)·팀(34) 피어스 부부는 1994년에 냉동된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통해 임신에 성공, 지난 26일 아들을 품에 안았다. 린지의 출산 사례는 과학기술 전문지인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처음 소개됐다.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기증한 엄마는 린다 아처드로 올해 62세이다.

아기를 출산한 엄마와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기증한 엄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기를 출산한 모먼트 토토사이트 린지 피어스]

“출산은 힘들었지만 지금은 둘 다 잘 지내고 있어요.”

“(아기가) 정말 차분해 보여요. 이렇게 소중한 아기가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린지 피어스의 가족과 교회 사람들]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기증한 엄마 린다 아처드(62세)]

“정말 비현실적이었어요. 믿기 어려울 정도예요.”

피어스 부부가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기증받을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을 시도하던 린다 아처드의 냉동 덕분이다.

아처드는 당시 남편과 4개의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만들었고, 그중 하나를 자궁에 이식해 30년 전 딸을 출산했다. 나머지 모먼트 토토사이트 3개는 저장고에 보관했다.

린다 아처드의 고민은 매우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기증한 엄마 린다 아처드(62세)]

“사람들이 IVF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뭘 하는 거야?’라고 물었죠.”

“(30년 전 딸) 아이를 낳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그러나 저는 항상 또 다른 아이를 간절히 원했어요. 저는 그 모먼트 토토사이트들을 ‘세 가지 작은 희망’이라고 불렀죠.”

“매년 (모먼트 토토사이트) 보관료를 내야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이 늘어나 결국 매년 약 천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어요. (그래도) 저는 항상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폐기하거나 연구에 기증하고 싶지 않았어요. 익명으로 다른 가족에게 기증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제 DNA입니다. 제게서 온 것이고 제 딸의 형제자매의 DNA입니다.”

그 뒤 아처드는 남편과 이혼하며 모먼트 토토사이트에 대한 법적 관리권을 갖게 됐고, 피어스 부부에게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기증했다.

앞서 2022년에는 미국 오리건주의 한 여성이 30년 전 냉동된 모먼트 토토사이트로 쌍둥이를 낳은 사례가 있었다. 린지의 출산은 모먼트 토토사이트의 ‘나이’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기증한 엄마 린다 아처드(62세)]

“(아기를 출생한) 린지가 사진을 보내줬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우리 딸아이 아기 때랑 너무 닮았다는 거예요.”

“아기 사진첩을 꺼내서 두 아이를 나란히 비교해 봤는데, 둘이 남매라는 게 확실해요.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정말 완벽해요!”

[아기를 출산한 모먼트 토토사이트 린지 피어스]

“기록을 깨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았어요. 그저 아이를 갖고 싶었을 뿐이에요.”

미국에서는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모먼트 토토사이트 기증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IVF 시술 과정에서 사용되지 않고 저장고에 보관된 모먼트 토토사이트에 새 부모를 찾아주는 사업이다. 이때 단체들은 모먼트 토토사이트 ‘입양’(adoption)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모먼트 토토사이트를 보호하고 존중해야 할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피어스 부부의 임신을 도운 난임 클리닉은 생식 내분비학자이자 개신교 장로교 신자인 존 고든이 운영한다.

고든은 “모든 모먼트 토토사이트는 생명의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며 “건강한 아기로 자라날 수 없는 유일한 모먼트 토토사이트는 이식의 기회를 얻지 못한 모먼트 토토사이트뿐”이라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