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김밥 등 최대 40% 마감할인

백화점·대형마트 토토사이트 코너 매출↑

먹거리 고물가 ‘불황형 소비’ 뚜렷

15일 오후 서울 강동구 한 백화점 토토사이트 코너에 마감 할인 중인 유부초밥 매대가 거의 비어있다. 정석준 기자
15일 오후 서울 강동구 한 백화점 토토사이트 코너에 마감 할인 중인 유부초밥 매대가 거의 비어있다. 정석준 기자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지난 15일 오후 7시 서울 강동구 한 백화점 지하 2층. 간편식·간식 등을 판매하는 토토사이트 코너는 영업 종료 1시간을 앞두고 ‘마감세일’이 한창이었다.

유부초밥 세트는 1만2800원에서 9900원으로, 김밥은 1만3000원대에서 1만원으로 할인된 가격표가 붙었다. 매대를 가득 채웠던 유부초밥 세트는 마감세일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동이 났다. 직원 A씨는 “방문객이 토토사이트 많은 퇴근 시간에 마감세일을 하면 재고는 거의 다 팔린다”면서 “같은 시간에 방문하는 단골도 늘었다”고 말했다.

고물가로 백화점·대형마트의 ‘마감 할인’을 노리는 알뜰족이 증가하고 있다. 폐장 직전, 할인된 즉석식품으로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수요가 늘면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백화점의 오후 6시 이후 토토사이트 코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2% 신장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식품 관련 매출 신장률(20.5%)을 웃도는 수준이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의 오후 9시 이후 토토사이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8% 신장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작년부터 60개 이상 점포가 영업시간을 1시간씩 연장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오후 9시 이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5% 신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마감 할인을 적용한 토토사이트 품목이 인기”라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도 마감 할인이 시작되는 오후 6~7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오후 6시 이후 객수는 같은 기간 5%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초밥, 도시락 등 간편식 위주의 상품들이 마감 시간대에 불티나게 팔린다”고 전했다.

15일 오후 서울 강동구 한 대형마트에서 초밥세트가 마감할인을 적용해 판매 중이다. 정석준 기자
15일 오후 서울 강동구 한 대형마트에서 초밥세트가 마감할인을 적용해 판매 중이다. 정석준 기자

지난 15일 오후 8시께 찾은 서울 강동구 한 대형마트 토토사이트에서는 초밥 판매대가 가장 북적였다. 모듬초밥, 연어초밥은 약 25% 할인된 1만원대 초반에 살 수 있었다. 유통기한이 비교적 짧은 회 품목은 할인율이 30% 이상으로 1만원대였다.

현장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장모 씨는 “퇴근하면 마감 할인이 시작돼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마트를 자주 들른다”며 “외식보다 저렴하고,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마감 할인에 고객이 몰리는 현상은 대표적인 불황형 소비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으로 식비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달 축산물(4.3%), 수산물(7.4%), 가공식품(4.6%), 외식(3.1%) 등 먹거리 가격은 일제히 올랐다.

업계도 분주하다. 이마트는 작년부터 AI(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해 매대 진열량과 상품 폐기율을 고려해 최적의 할인율을 제시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폐기 부담을 덜기 위해 마감 할인 적용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장기적 불황에 대비해 식비 등 필수 지출을 줄이는 현상”이라며 “마감 할인을 공략하는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mp125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