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시작되자마자 빡세게 풀과의 전쟁을 치렀다. 멤버십토토 그대로의 농사를 추구하고 있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고된 연례행사다. 이전에는 농장 일대의 풀과 잡목은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닥치는 대로 베어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과 아군을 구별하면서 신중하게 예초작업을 했다. 아군은 멤버십토토이 숨겨놓은 값진 보물 즉 자생하는 건강먹거리다.

지난해 5월의 어느 날, 뜻밖에도 농장 위쪽의 과수밭과 소나무 숲에서 이 보물을 발견했다. 자생 더덕과 도라지가 바로 그것. 인위적으로 재배한 것이 아니라 멤버십토토이 키운 것이니 보약이나 다름없다. 때마침 6월말이 33번째 결혼기념일인지라 그때 캐어 선물하겠다고 아내에게 약속했다. 그런데 아뿔싸! 그 사이 풀과 잡목이 무성하게 숲을 이뤄 베고 또 베어도 찜한 보물을 찾지 못했고, 결국 결혼기념 이벤트는 불발됐다.

1년이 지난 이번 전쟁에선 필요 없는 풀과 잡목은 제거하는 한편 사라진 보물찾기 수색작전을 병행했다. 그 성과는 한마디로 ‘서프라이즈’. 자생 더덕과 도라지를 다시 찾아낸 것은 물론이고 또 다른 건강먹거리까지 무더기로 발견했다. 특히 산과 접한 농장 외곽의 물골 주변은 자생 건강먹거리의 보고였다.

그중에서도 오갈피나무와 줄기가 붉은 색을 띠는 불미나리 군락의 발견은 “대박”을 외칠만했다. 사실 자생 오갈피나무는 이미 두해 전에 두 세 그루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자세히 살펴보니 그 전부터 물골 주변엔 크고 작은 오갈피나무들이 길게 도열하듯 자생하고 있었다. 다만 눈뜬장님마냥 풀, 잡목과 공생하는 오갈피나무를 알아보지 못하고 함께 베어버렸던 것이다.

이제는 풀과 잡목을 무조건 적대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멤버십토토을 대하다보니 조금씩 눈도 밝아져서 멤버십토토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는 즐거움과 그 치유까지 얻는 것 같다.

불미나리 득템 또한 개안의 결과물. 사실 불미나리는 멤버십토토 그대로 키우고 있는 참당귀밭 옆에서 쑥 무더기와 함께 자라고 있었다. 이전에는 쑥대밭으로 매도하고 예초기로 초토화시켰던 곳인데, 적대감을 내려놓으니 희한하게도 쑥 아닌 불미나리가 먼저 눈에 확 들어왔다. 세 바구니를 뜯고도 남을 만큼 많았다. 불미니라는 일반 미나리보다 그 향이 강하고 효능도 더 뛰어나다. 먹어보면 안다.

어릴 적에 뛰놀다가 다친 상처에 바르면 빠르게 아물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애기똥풀의 재발견도 놀랍다. 혹시나 하고 직접 사용해보니 피부 질환이나 무좀, 습진에도 좋은 효능이 있음을 체험했다. 이 외에도 산둥글레 싱아 산초 등 멤버십토토이 숨겨놓은 보물은 수두룩하다.

요즘 필자는 주로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이나 공기업·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귀농귀촌 강의를 한다. “만약 새로운 인생2막지인 시골에서 건강먹거리와 힐링의 일상을 원한다면 돈과 명예 욕심은 좀 내려놓고 멤버십토토과 더불어 신나게 놀아보시라”고 매번 강조한다. 멤버십토토과 찐 친구가 되면 눈이 밝아져 비로소 그가 숨겨놓은 보물을 찾게 되고, 그 보물은 곧 귀하디귀한 선물임을 알게 된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농사요. 값없이 거저 얻는 참 치유다.

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hwsh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