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6회> 죽음의 계곡 18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마스터스대회에 나가고 싶어할 것이다. 골프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경기, 선수들에게 가슴 벅찬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대회가 바로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서 열리는 마스터스일 것이다.
닉 팔도,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벤 호건, 타이거 우즈….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려오는 그 쟁쟁한 선수들이 마스터스에서 그린재킷을 입지 않았던가. 출전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것은 그 전설 같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이기에 더욱 영광스러운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오삼식, 맹달구, 백광돌 등등 이름만 들어도 코웃음이 새어나오는 골프 멤버도 있다. 오삼식은 답십리에서 뼈다귀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고 맹달구는 그의 처남이다. 그나마 백광돌은 강유리의 매니저로서 핸디캡 11, 즉 80대 초반을 치는 레슨프로지만 나머지는 컨디션에 따라 100타를 훌쩍 넘기기도 하는 백돌이 아마추어일 뿐이다.
“결국 떡 사 먹었단 얘기로군요.”
포장마차 문턱에 동그란 의자를 깔고 앉아 있던 백광돌이 한숨을 길게 내쉬자 강준호는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것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그러게 말이야. 유호성이를 빼앗기고 나서 이게 힘이 쭉 빠졌어.”
강준호는 새끼손가락을 펴보이며 대답했다. 늙었지만 돈 많은 애인 신희영을 뜻하는 사인이었다.
“그럼 형님이 제시했던 무지갯빛 꿈은 영영 사라진 겁니까?”
“당분간 힘들어졌지. 자네가 우리 골프 팀에 들어올 길이 막연해졌어.”

강준호는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켠 후에 탁! 소리가 나도록 술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게 뭔 소리란 말인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사람은 오히려 백광돌이었다.
“토토나라 먹튀검증사이트 , 형님!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고생은 잔뜩 시켜놓고 나를 자르다니. 그러기에 애초에 유민 회장에게 접근했어야지…. 뜬금없이 마누라에게 접근해가지고 인제 와서 낭패를 보게 만들어요?”
“여우 같은 유민 회장보다야 그 마누라 꼬이기가 훨씬 수월했지. 낸들 이렇게 일이 꼬일 줄 알았나?”
“허! 미치겠네. 팔자에도 없는 유리 매니저 노릇 하느라고 오삼식 사장에게 꾼 돈이 얼만 줄 알기나 하세요? 베트남 크루즈여행 비용만 해도 3백만원에 옷값, 구두값, 식대…. 큰 거 한 장은 족히 넘는다니까요?”
백광돌은 강준호가 내려놓은 양은그릇에 막걸리를 들이붓는 중이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양은그릇 주변으로 술이 넘치는 것으로 보아 억지로 화를 참아내는 모양이었다.
“형님은 유민그룹의 스포츠마케팅팀장이란 감투라도 썼지요. 하지만 나는 광대노릇만 한 셈이군요. 오삼식, 맹달구는 또 어떻고요? 허! 이거 열 받네.”
“너무 열 받지 말게. 그나마 나라도 팀장 자리를 꿰차고 있으니 미래를 기약할 수 있지 않은가. 장차 상황이 바뀌면 자네도 합류하게 될 거야. 그동안 자네는 유민 회장 마누라와 함께 꼬여냈던 귀부인이나 잘 관리하고 있어.”
“귀부인? 아, 최유선…. 고관 마누라인지, 할머니인지….”
“그런 말 하지 마라. 토토나라 먹튀검증사이트 를 인물 보고 잡아먹니?”
둘은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으며 막걸리에 취해갔다. 오랜만에 찾은 포장마차였지만 분위기는 어떤 술집보다도 편안했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언뜻언뜻 바람이 들이치는 포장마차에서 신김치를 찢어먹으며 막걸리에 취해가는 기분은 어쨌거나 일품이었다. 그러나 한번 맛본 상류층의 호사로움을 어찌 막걸리 한잔에 잊을 수 있을까. 강준호는 불쾌해진 백광돌을 다독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를 갈았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신희영에게 새장가를 들어서라도 너를 출세시켜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