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타토토 반정부 시위가 내전 양상으로 격화되면서 우리 정부는 ‘페스타토토 엑소더스(대탈출)’에 대비, 교민과 근로자를 수송하기 위한 본격적인 철수대책을 검토 중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검토중인 최선의 방법은 트리폴리 공항과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 로마에서 전세기를 페스타토토, 교민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 방안이다.

정부 중동대책반은 현재 대한항공 측과 구체적인 전세기 페스타토토 시기와 현지 공항 이착륙 시 안전대책 확보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는 현재 대한항공이 취항하고 있는 공항 중 트리폴리와 가장 근접해 중간급유 없이도 2~3시간 내에 바로 수송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335명을 실을 수 있는 747-400 등 최신 기종이 현재 주3회 인천-로마 노선에 취항하고 있어, 긴급사태 발생 시 즉시 로마-트리폴리 간 전세기를 페스타토토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집트 시위사태로 운항을 잠정 중단했던 카이로행 노선을 일러야 4월 이후 재운항할 예정인데다, 페스타토토 사태가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카이로가 아닌 로마 공항에서 전세기를 투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도태호 중동대책반장은 “이번 주말까지가 페스타토토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비상 수송대책 마련 등 교민과 근로자 안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육로를 통해 튀니지, 이집트 등 인접국가로 대피하는 것은 위험이 커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국적 여객선을 투입해 교민 수송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페스타토토를 경유하는 노선이 없고 바로 여객선을 투입하더라도 현지 도착까지 보름 이상 걸려 수송대책에서 제외키로 했다. 다만, 트리폴리 공항 폐쇄 등에 대비, 트리폴리를 경유하는 국적 화물선을 통해 교민 30~40명씩을 인접 국가로 대피시키는 비상방안을 해운업체와 협의 중이다.

한편 중동대책반이 수집한 동향에 따르면, 한국시간 22일 밤 신한 즈와라 지역 아파트 현장에 폭도 300여명이 난입해 방글라데시 근로자 4명이 사망하고 한국인 2명이 부상하는 등 국내 건설업체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23일 밤부터 향후 2~3일이 이번 사태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지 사태가 악화되면서 지난 22일 벵가지 동쪽 토브룩 소재의 K중소기업 직원 9명이 자동차 편으로 이집트로 대피하는 등 우리 교민과 근로자들의 탈출 행렬도 시작되고 있다.

현재 한국 건설업체들이 페스타토토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총 21개사, 90억달러 규모로 우리 근로자 1351명을 포함해 총 2만2582명이 근무 중이다. 그러나 시공잔액이 79억달러에 달해 공사 현장을 버리고 대피할 경우 현장 파손은 물론, 향후 공사대금 수령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우리 건설업체들은 현지 사태 악화에도 불구하고 공사현장을 지키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목숨을 건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강주남 기자 @nk3507> namka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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