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경이롭고 유쾌한 파동의 토토사이트 크롤링(개빈 프레터피니 지음·홍한결 옮김, 김영사)=구름감상협회를 세우고 회장까지 맡은 그가 ‘파도 관찰자’로 돌아왔다. “파도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영국 콘월 바닷가에서 세 살배기 딸과 놀다 튀어나온 질문이 그를 다시 탐험가로 만든 것이다. 책은 파도의 본질이 ‘파동’이라는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몸속 뇌파나 세상을 음악으로 채우는 음향파, 정보화 시대의 기반이 되는 전자기파, 심지어 경기장의 파도타기까지 저자의 집요한 시선이 뻗어나간다. 덕분에 일상에 숨어 있던 파동의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아폴로 13호 지구 귀환에 얽힌 선수파를 좇거나 저자가 하와이에서 서핑을 배우는 장면에서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뻔한 토토사이트 크롤링입문서라기보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은 물론 악기 비올라 다모레, 19세기 문학작품 ‘폭풍의 언덕’까지 장르를 불쑥 넘나들며 독자들을 몰아붙이는 모험담에 가깝다.

▶젊음의 나라(손원평 지음, 다즐링)=인구의 절반 이상이 노인이 된 근미래 한국. 스물 아홉살 유나라는 국내 최대 노인복지시설에 채용돼 다양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소설은 고령화, 저출생, 인공지능(AI)의 일상화, 극단적 혐오와 차별, 늘어나는 외국인 이민자, 존엄사 등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현실이 된 미래사회의 단면들을 그려낸다. 주인공의 일기를 통해 절대다수의 노인과 소수그룹인 청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인들을 어떻게 부양할 것인가’ ‘소수 유권자가 돼 정치적인 목소리를 잃고 AI와 경쟁해야 하는 청년의 미래는 어떠할까’ 같은 질문에 정면으로 마주한다. 작가는 완전한 낙원이 아닌 그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으로서의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어우러져 나름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불완전함 속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의 완벽한 무인도(박혜수 지음·영서 그림, 토닥스토리)=소설 속 공간으로서 ‘무인도’는 보통 고립과 신비로움의 상징이다. 하지만 배짱 좋은 신인 작가는 이곳을 ‘힐링’의 장소로 활용한다. 회사에 치이고, 인간관계에 지쳐가던 차지안은 불쑥 도문항에 왔다가 현주 언니와 동네 사람들을 만나 물질을 배우고 혼자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여기에 도문항에서 10여분 떨어진 무인도에 들어가 혼자 살 결심까지 하게 된다. 지안은 이곳에서 사계절을 누구보다 먼저 느끼며 텃밭을 가꾸고 바다에서 먹거리를 구해 제철 식재료로 나만을 위한 요리를 만든다. 이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내 안에서 단단한 자긍심이 쌓여감을 느낀다. 글과 그림 작가가 실제로 바닷가 마을로 옮겨와 자급자족을 실천하고 있다 보니 무인도의 사계절과 일상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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