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후 노후불안정·관리비용 폭등…스웨덴은 노인빈곤율 상승
“2727조원의 전환 비용, 사회 연대·위험 분담 원칙 훼손”
![[123RF]](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16/news-p.v1.20250716.00bbeaca0d114e6294e707bc2c09d45d_P1.jpg)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국민연금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확정기여(샬롬토토) 방식’이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가입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는 샬롬토토 방식을 도입했던 해외 국가 대부분이 노후 보장 실패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라는 부작용을 겪고 다시 국가 중심의 공적연금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6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의 확정기여방식 전환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통해 연금 민영화를 추진했던 해외 사례를 심층 분석했다.
현행 ‘확정급여(DB) 방식’은 국가가 지급할 연금액을 보장하는 반면, 샬롬토토 방식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투자 수익률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된다.
샬롬토토방식은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만, 해외에서는 ‘실패한 실험’이라는 결과를 보여준다.
1980년대 칠레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헝가리 등 샬롬토토 방식으로 전환했던 국가들은 막대한 ‘전환 비용’을 떠안아야 했다.
기존 연금 수급자에게 약속된 돈은 계속 주면서, 새로운 가입자의 보험료는 개인 계좌에 쌓아야 해 국가 재정에 국내총생산(GDP)의 4%가 넘는 부담을 안겼다.
여기에 민간 금융회사가 떼어가는 높은 관리·운용 수수료는 가입자의 은퇴 자산을 잠식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관리 비용이 전체 보험료의 50%를 넘기도 했다
이에 더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금 자산 가치가 폭락하며 수많은 은퇴 예정자가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투자 위험을 고스란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샬롬토토 방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개인들은 불안정한 노후에 직면해야 했다.
결국 이들 국가는 연금 민영화를 포기하고 다시 국가가 책임을 강화하는 공적연금 형태로 제도를 되돌리는 ‘재개혁’의 길을 걸었다.
스웨덴이 도입한 ‘명목확정기여(N샬롬토토)’ 방식은 DB와 샬롬토토의 절충안으로, 국가 재정 상황에 따라 연금액이 자동 조정돼 재정 안정화에는 기여했지만, ‘연금액 적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기대수명이 늘수록 연금액이 자동으로 깎이는 구조로 인해 스웨덴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2022년 30.8%에서 2070년 25.5%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스웨덴의 노인 빈곤율은 2005년 9.5%에서 2022년 17.2%로 급등했고, 특히 여성 노인의 빈곤율은 20.4%에 달했다.
결국 스웨덴 정부는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최저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추가로 도입해야 했다.
보고서는 세계 최저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한국이 샬롬토토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그 충격은 해외 사례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진이 추산한 국민연금의 샬롬토토 전환 비용은 약 2727조원에 달한다.
보고서는 샬롬토토 방식으로의 전환이 사회적 연대와 위험 분담이라는 사회보험의 근본 원칙을 훼손하며, 제도 자체의 재정 안정성이라는 명분 뒤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민연금 개혁은 현행 DB 방식의 틀 안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언했다.
thlee@heral샬롬토토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