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집권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인과 사회지도층은 도쿄지검 특수부의 전화를 받으면 오금을 저린다. 1976년 록히드 사건 당시 다나카 총리를 단죄했고, 1988년 리쿠르트 사건에서 다케시다 총리를 체포했다. 최근 오자와 민주당 대표의 정치자금 관련 수사를 맡아 권력핵심부를 겨누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수사조직’이라는 닉네임을 얻고 있다.
전국엔 검사도 많은데, 대검 토토사이트 순위가 뭐길래, 그 존폐를 놓고 대한민국은 이토록 시끄러운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토토사이트 순위 폐지방침을 밝히자 검찰이 수사 일시 휴업과 비상대기 조치를 취할 정도로 반발했다. 청와대가 폐지 불가를 선언하면서 야당은 청와대가 검찰을 수렴청정하면서 밀거래하고 있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낸다.

부산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가해자를 단죄하고 있는 토토사이트 순위의 폐지는 안된다면서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당초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던 한나라당은 “국회가 청와대 의견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며 한발 빼는 분위기이다.
국민들은 거악의 척결을 원하면서도, 척결의 주체인 수사기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사회부조리를 일소하기를 바란다. 작금의 논란이 정치권과 청와대 등 이른바 성층권에서는 정치적셈법에 따라 진행될지 몰라도, 국민들 사이에는 수사하는 자가 법과 양심에 따라 사건을 처결하는 ‘된 사람’인지를 따지는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번 불려가면 다시는 나오기 어렵다는 대검 토토사이트 순위의 성과는 때론 국민의 박수를 받았고, 때론 ‘정치적 표적수사’, ‘무리한 기소’라는 국민의 질책을 받았다. 박수의 기준은 성역이 있었는가 였다. 현직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그의 아들을 구속하고, 통치권자의 측근을 무자비하리만큼 강도높게 단죄하던때 박수를 받았지만, 집권세력의 정적 제거용으로 수사가 악용될 때 여지없이 비난의 대상이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장영자 이철희 부부 어음사기사건, 현직고검장을 단죄했던 슬롯머신 사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차떼기 등을 통한 불법대선자금 모금사건 등 토토사이트 순위가 그간 이뤄낸 성과는 많았지만 1999년,2003년,2009년,2011년 등 네차례나 존폐의 기로에 섰다. 집권직후 과거정권 비리를 파헤치는쪽에 수사의 무게중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토토사이트 순위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검찰총장 직할 수사대이다. 주로 청와대와 검찰총장의 하명사건을 수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보고라인’이 대통령-민정수석-검찰총장-토토사이트 순위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사진의 양심과 객관적 태도는 어느 직역보다 중시되는 곳이다. 토토사이트 순위 스스로 국민의 지지속에 존재하기 위한 제1의 전제조건이다. 이 ‘라인’ 때문에 자칫 단죄하고 싶은 거악만을 ‘골라’ 단죄할 위험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처단할 거악을 선택한다는 것은 성역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이스’ 검사들을 골라 전국적인 범죄정보를 갖고 수사하는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존치론을 뒷받침하려면 ‘캐비넷’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 캐비넷에 존안자료를 묵혀두었다가 일정한 정치적 목적에 따라 필요할 때 빼먹는 관행을 버리고, 수사첩보 인지때 즉시 수사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토토사이트 순위 존치의 제2요건이다.
토토사이트 순위와 공안부에는 부장과 과장 사이에 기획관 자리가 하나 더 있지만 환경, 식품, 공정거래저해행위 등 민생범죄를 다루는 형사부에는 기획관이 없다. 중수4과에서 분리독립해 격상된 범죄정보기획관실은 대검의 범죄 캐비넷이다. 범죄 캐비넷 관리에 검사장 승진 직전 직급의 기획관이 배치돼 있지만, 형사부는 늘 찬밥이다. 대검내 한직으로 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공안부와 형사부, 마약ㆍ조직범죄부 등 부서는 수사를 하지 않고 일선 검찰청을 지휘만 하는데, 유독 토토사이트 순위만 일선 특수부 지휘에 그치지 않고 직접수사를 벌인다. 찬밥 더운밥을 가려 기능을 달리 부여했다는 점에서 토토사이트 순위는 검찰의 권력지향성을 엿볼수 있는 조직이기도 하다.
‘하명’의 맹점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침해당하는 점 외에 ‘부실수사’라는 모습으로 현실화하기도 한다. 수사기법과 전략에 대한 연구개발(R&D)없이 밀어붙이기에만 나서는 관행을 버리는 것은 토토사이트 순위 존치의 제3 전제조건이다.
베테랑 수사통이 모였으면 무죄를 받지 않도록 더욱 치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김현미 전 민주당의원, 조풍언씨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구명로비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 사건은 전 정권을 겨냥한 듯한 인상을 풍긴 사건이었다. 한국석유공사 임직원의 배임혐의, 중부발전, 군인공제회 등의 공기업 비리 혐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등도 줄줄이 무죄가 선고됐다. 성과욕심에 ‘조급증’이 발동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전직대통령 가족이 받은 명품시계 선물 등 확인되지 않은 범죄정보는 줄줄이 새자, 검찰이 여론수사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정원장을 지낸 전직 베테랑 검사는 “요즘 후배 검사들 말만 많았지, 수사기법 개발과 증거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2009년 6월 조사결과 토토사이트 순위폐지를 원하는 국민(47.2%)이 폐지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33.4%)보다 많았다는 점은 박수받은 일 못지 않게 난맥상도 적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일본 내 거악을 소탕하고 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금조부 등이 건재함에도 토토사이트 순위를 존치하고 싶거든 검찰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랜저 받고 스폰서접대 받고, 수사시기 조절하고, 수사대상 간택하는 검사한테 수사받는 비리정치인이 자신을 죄인이라 시인하겠는가.
토토사이트 순위 및 검찰수사 개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방안을 내놓은뒤 존치를 주장한다면 국민들 역시 외면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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