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7회> 죽음의 계곡 29

한편 유호성의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린 바로 그날부터 오히려 신이 난 사람은 김지선이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지만 돈은 되놈이 차지하는 법, 유호성이 서커스단의 곰이라면 김지선은 어느새 곰 사육사 역할을 도맡고 있었던 것이다.

“국산 양복은 내다버리세요. 유명인사가 되었으니 오늘부터는 이걸로!”

‘스테파노 리치’를 아시는지? 1972년 피렌체에서 출시한 하이엔드 수트로서 고전적인 바탕 위에 파격적인 미가 돋보이는 일품 양복 브랜드이다.

“오늘부터 향수는 이걸로 쓰세요. 영국 왕실의 지정 향수예요.”

‘크리드’ 향수는 혹시 아시는지? 18세기부터 영국 왕실에서 쓰이던 것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천연성분의 향수가 바로 크리드 아니겠는가.

김지선은 이런 식으로 유호성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왕 찜해놓은 재벌 아들이 신문기사를 타고 유명해지기까지 했으니 차제에 소유권을 확실히 해 둠과 동시에 자기 취향에 맞도록 길들이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가뜩이나 얼빵한 유호성의 가슴에 잔뜩 헛바람이 들 수밖에. 점심 한 끼를 먹더라도 음식 배치와 색깔의 조화까지 신경을 써주는 특급 셰프를 찾아가서 주문 식사로 해결해야만 직성이 풀렸고, 술 한 잔을 할 때도 샴페인의 왕이라 불리는 동페리뇽을 폼 나게 주문하곤 했다. 하물며 담배 한 가치를 피워도 수제 다비도프를 고집했으니 장차 방귀를 뀌어도 향기로운 방귀만을 뀌어야 할 판이었다.

“오빠, 이 두 가지 머신 중에서 하나를 골라 봐요.”

“이게 뭐야?”

“이번 랠리에서 오빠가 몰고 대륙을 횡단할 머신이지요.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격이 맞지 않겠어요?”

김지선은 어디서 구해왔는지 화려하게 인쇄된 팸플릿 두 장을 꺼내 보이며 호들갑을 떨었다. 배기량 4961cc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스파이더’와 440마력을 자랑하는 마세라티의 새로운 심장,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S’의 중후한 자태가 인쇄된 팸플릿이었다.

“하나는 갈색 상어 같고, 다른 하나는 검은 표범 같군.”

유호성은 눈을 비벼가며 팸플릿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스파이더의 전면 모습은 먹이를 쫓아 물살을 가르는 상어와 흡사했다. 세로로 길게 찢어진 헤드램프는 날카롭고도 냉혹한 상어의 눈매와 어김없이 닮은꼴이었다. 그런가 하면…

“이 마세라티의 자태 좀 봐. 스포티한 세련미를 풍기면서도 마치 털을 세우고 달려드는 검은 표범 같군. 멋져!”

“멋있지요? 오빠, 어느 차로 탈래요?”

“상어보다는 표범이 토토사이트 운영자 검거리겠어.”

“그럼 아버님께 부탁해서 당장 주문부터 해요. 우리가 일본에 도착하면 바로 탈 수 있도록 일본으로 배송해달라고 하면 안 될까?”

유호성과 김지선은 행복에 겨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들은 랠리 경기를 즐거운 드라이브 정도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목숨을 담보로 대륙을 가로질러야 한다는 긴장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뿐인가? 일본으로 레이싱 연수를 떠나는 것도 마치 부모의 간섭을 피해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으니…

“일본에서 사는 동안, 침대는… ‘폴트로나 프라우’ 토토사이트 운영자 검거로 사요. 이태리 산인데… 가죽이라 질기면서도 비단처럼 부드러워요. 오빠는 밤만 되면 너무 뜨겁고 거칠어지니까 토토사이트 운영자 검거를 써야 어울려요.”

하긴, 검은 표범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S의 내부 인테리어에도 알칸타라 토토사이트 운영자 검거이 적용되었다니 차종 선택도 제대로 한 모양이었다. 가끔은 차에서도 몸을 풀어야 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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