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ㆍ옌지ㆍ투먼ㆍ토토사이트 지바겐=박영서 특파원]새해를 맞아 찾아간 북ㆍ중 두만강 접경지역은 북간도 벌판의 매서운 추위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바람은 살을 에이고 내린 눈은 녹지 않고 하얗게 산하를 덮고 있었다.

그러나 낙후된 동북지역의 발전을 위해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창지투(長ㆍ吉ㆍ圖, 창춘ㆍ지린ㆍ두만강)개발ㆍ개방 선도구’의 핵심지역답게 북풍한설을 잊게 하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중국의 창지투 프로젝트와 북한의 경제살리기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조용했던 변경도시들은 이제 북ㆍ중 ‘신(新)밀월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떠오르는 투먼(圖們)=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남양시를 마주보고 있는 중국의 국경도시가 투먼시다. 투먼시 입구의 환영탑에 써져 있는 ‘바라보면 장백산, 돌아보면 두만강’이란 글귀가 눈길을 끈다.

투먼과 남양시를 연결하는 2차로의 투먼대교를 가보니 두만강 건너편에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하다. 바로 옆,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8월 방중 후 귀국할 때 이용했던 투먼철교는 경비병만 보일 뿐 한산하다.

광역인구 14만, 도심인구가 불과 8만명에 못 미치는 작은 변경도시지만 투먼에는 북ㆍ중 경협과 관련된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원정대교가 가로지르는 두만강 건너편 북한 원정리의 모습.
원정대교가 가로지르는 두만강 건너편 북한 원정리의 모습.

지난해 10월 투먼시에서는 접경지역 북한 주민들이 통행증만 있으면 자유롭게 오가며 무관세로 교역을 하는 호시(互市)무역 시장이 개장됐다. 투먼 해관(海關) 부근에 마련된 이 시장은 1인당 8000위안(약 136만원) 이하의 상품 판매에 대해 관세가 면제된다. 개장 첫날 북한에서 100t의 냉동 오징어가 반입됐다고 한다. 현재는 문을 열지 않고 있다. 북한이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도 탈북자 문제가 생길까 봐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호시무역 시장은 파격적인 무관세 혜택에 따라 점차 북ㆍ중 간 대표적인 교역창구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이 ‘조선(朝鮮)공업단지’ 조성계획이다. 투먼경제개발구 장헝종(姜亨鐘) 부주임은 “투먼경제개발구로 임금이 싼 북한 노동자들을 데려와 이들 노동력을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조선공업단지가 성공하면 이 모델은 향후 북한지역 내에 설치될 여러 산업단지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투먼은 청진항 부두를 1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 동해 항로를 확보하는 등 대북 경협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토토사이트 지바겐(琿春), 대북 경협창구로 급부상=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이용, 옌지(延吉)에서 승용차로 2시간쯤 동쪽으로 달리니 토토사이트 지바겐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창춘(長春)~투먼~토토사이트 지바겐 간 고속도로 중 마지막 구간인 투먼~토토사이트 지바겐 구간은 지난해 10월 개통됐다. 이 도로는 나중에 북한의 나진항까지 연결된다.

토토사이트 지바겐시 거리 곳곳에서 각종 공사가 펼쳐지고 있어 개발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러시아 접경지대라 그런지 러시아어 간판과 러시아풍 건물도 눈에 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연휴를 즐기려는 러시아인들로 토토사이트 지바겐 시내 호텔이 만원을 이룬다고 한다.

토토사이트 지바겐 개발을 총괄하는 토토사이트 지바겐변경경제합작구관리위원회 건물을 방문하자 초현대식 도시모형이 토토사이트 지바겐의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리리커(李立科) 부주임은 “합작구는 총 73㎢ 부지에 개발대상이 24㎢에 달한다”면서 “한국 러시아 일본 전용공업단지 인프라를 완성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 기업 진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토토사이트 지바겐수출가공구에서 내의 ‘트라이’를 생산하는 옌지트라이방직유한공사만이 유일한 한국업체였다.

토토사이트 지바겐시에서 다시 두만강을 따라 외곽으로 30여분쯤 달리자 취안허(圈河)세관이 나타났다. 북한 원정리와 연결된 원정대교 중국 쪽 입구다.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원정대교 건너편 북한군 초소는 인기척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모습이다. 원정리의 도로는 포장되지 않는 흙길이었고 산에는 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

반면 반대쪽의 중국군 초소는 훨씬 클 뿐더러 군인들의 모습도 활기찬 분위기였다. 일단의 관광객들이 북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주목받는 나진항=창지투 계획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동해로의 출해권이 중요하다. 진출통로는 북한의 나진항이다. 동북3성의 해외창구가 서해 쪽의 다롄항 하나뿐인 상황에서 동해, 태평양, 중국 남방으로 나갈 수 있는 북한 나진항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함경북도 북단의 나진항은 수심이 깊고 항구가 넓으며 일년 내내 얼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지정학적 조건을 갖춘 셈이다.

때문에 중국은 나진항 확보에 큰 공을 들여왔다. 마침내 지난해 말 나진항 4~6호 부두를 중국이 50년간 개발하고 사용하는 투자협약이 북ㆍ중 간 체결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중국은 나진항 1호 부두에 대해서도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바 있다.

창지투 프로젝트의 핵심인 동해 출로 확보를 상당히 진척시킨 셈이다. 3호항은 러시아가 50년간의 사용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부두시설 이용권 획득의 대가로 토토사이트 지바겐~원정리~나진항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를 깔아주기로 했다.

중국의 나진항 부두확보는 나진항이 동북3성과 상하이(上海)를 잇는 중국의 내항(內港)구실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일본이 이를 반길 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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