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토토경제=김광우 기자] “일부러 씻고 말려서 버렸는데”
눈 깜짝할 사이 쌓이는 종이팩 쓰레기. 재활용을 위해 일블랙토토 씻고, 말린 후 집 밖에 내놓는다. 적지 않은 수고가 들지만,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는 ‘친환경 시민’이 된 듯한 뿌듯함이 든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있다. 이 과정이 모두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것. 종이팩을 택배 상자와 같은 ‘종이류’로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
‘종이’팩이 ‘종이류’가 아니라니, 선뜻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사실이다. 종이팩은 내부에 별도의 비닐 코팅이나 알루미늄 재질이 포함돼 ‘종이류’로 분류되지 않는다.
심지어 버리기도 힘들다. 집 앞 수거에 포함되지 않아, 동사무소나 전용 수거함까지 쓰레기를 들고 가야 한다. 종이팩 재활용률이 10%대에 머무르는 이유다.

여기서 복병은 따로 있다. 점차 쓰임이 넓어지는 ‘멸균’ 처리 종이팩(멸균팩). 비닐 코팅에다 알루미늄 재질까지 더해져, 재활용이 더 까다롭다.
심지어 멸균팩은 일반 종이팩과도 별도로 구분돼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분리배출 체계는 여전히 미비한 수준. 재활용률도 2%로 처참한 수준이다.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9월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멸균팩 재활용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주일에 2~3회 이상 멸균팩을 소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46.5%로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블랙핑크 월드투어 <데드라인>인 고양(BLACKPINK WORLD TOUR IN GOYANG)’ 콘서트가 끝난 뒤 수거된 커스텀 생수 멸균팩.[테트라팩 코리아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10/15/news-p.v1.20250711.fc2262bf2b854afb99ad6f53e1aca7a7_P1.jpg)
멸균팩은 알루미늄을 접합해 만든 복합 포장재로, 산소와 자외선을 차단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상온에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멸균팩의 사용량은 최근 몇 년 새 급증하는 추세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4년까지만 해도 전체 종이팩 중 15.3%에 불과했던 출고 비중은 2020년 41%까지 늘었다. 올해부터는 일반 종이팩보다 더 많은 양이 각종 제품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던 경기 부천시의 한 아파트. [부천시 블로그 갈무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10/15/news-p.v1.20251015.19f262bebfe64ec7859708a4c339433b_P1.jpg)
멸균팩은 일반 종이팩에 비해 더 많은 재료가 쓰인다. 이에 별도의 재활용 체계를 거쳐야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심지어는 멸균팩과 일반 종이팩 모두를 ‘종이류’로 착각해 한꺼번에 분리 배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환경연합 설문조사에 따르면 멸균팩과 일반 종이팩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버린다고 답한 비중은 42.7%에 달했다. 별도로 선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비중은 33%에 불과했다.
심지어 절반 이상이 잘못된 방식으로 버리고 있었다. 배출 방법을 묻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7.5%는 ‘종이류’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종량제 봉투에 버린다고 답한 비중도 25%가 넘어섰다. 전용 수거함에 배출한다는 답은 24%에 불과했다.

단순히 분리해서 배출한다고 재활용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반 종이팩과 멸균팩의 경우 집 앞에 내놓는 방식으로 버리면 안 된다. 여타 종이류 등과 같이 수거된다고 해도, 선별 과정에서 분리돼 소각·매립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종이팩 재활용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2013년 전체 종이팩 재활용률은 35%에 달했다. 하지만 멸균팩 사용이 늘어나고, 분리배출에 혼선을 가져오며 2025년 기준 13%까지 감소했다. 이중 멸균팩의 재활용률은 단 2% 수준.

그렇다고, 직접 재질을 분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종이에 덧대진 비닐, 알류미늄 코팅은 수작업으로 벗길 수 없다. 섣불리 분리를 시도했다가는 재활용은커녕, ‘누더기’가 되기 일쑤다.
이에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종이팩 전문 수거함’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쓰레기를 모아, 가져다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다수 지자체에서는 종이팩이나 멸균팩 등을 동사무소에 가져가면, 쓰레기봉투 등 보상 물품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는 2021년부터 1ℓ 종이팩 10개를 휴지 1롤과 교환해주는 유가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관악구 해피매거진]](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10/15/news-p.v1.20251015.35e1bd34764248c29cb61d9a8d5704e8_P1.jpg)
예컨대 서울 광진구청은 매주 목요일마다 종이팩 1.5kg을 두루마리 휴지 1개와 종량제봉투 1매로 교환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지자체별로 운영 일시와 기준이 달라, 거주지에 따른 확인이 필요하다.
실제 강북구청 또한 교환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알루미늄 코팅된 멸균팩을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 외 수단도 사용된다. 성동구청은 자치구 내 주요 구역에 수거 기기를 설치해, 분리배출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 종이팩 수거함.[성동구청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10/15/news-p.v1.20251015.a8fb0c059ade4c1495eece8e8425e29e_P1.png)
이같은 노력에도, 정부 차원에서 더 적극적인 회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된다. 소비자 인식이 떨어지는 데 더해, 지역별 수거 시스템까지 제각각으로 나눠지며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 실제 서울환경연합 설문조사에는 응답자 78%가 ‘전용 수거·회수 체계 도입’에 동의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멸균팩 재활용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 인식 부족과 제도적 미비”라며 “멸균팩 전용 수거·회수 체계 도입으로 시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재활용 공정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거점 수거가 불편할 경우, 일부 기업서 시범 운영하는 ‘방문 수거’ 사업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카카오메이커스는 CJ대한통운 등과 협력해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종이팩을 방문 회수하는 ‘종이팩 회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멸균팩, 일반팩을 수량 구분 없이 수거 신청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w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