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생보사 사망멤버십토토금 유동화 특약 출시

연지급형 우선, 월지급형·서비스형 내년

납입 완료한 금리확정형 종신멤버십토토 대상

신탁 연계 ‘생전+사후’ 투트랙 설계 가능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멤버십토토료는 약 490만원(2022년·멤버십토토개발원). 매달 성실하게 내는 돈을 더 값지게 쓰기 위해.‘이’왕 낸 ‘보’험료를 ‘소’중한 우리 인생에.

오는 10월 30일 ‘사망멤버십토토금 유동화’ 정책성 특약이 국내 주요 5개 생명멤버십토토사에서 동시 출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는 10월 30일 ‘사망멤버십토토금 유동화’ 정책성 특약이 국내 주요 5개 생명멤버십토토사에서 동시 출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좋은 제도를 잘 만드셨는데 문제는 (이 제도를)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저도 잘 모르고 있었다. 여명 기간이 늘어나고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하니 이것을 (멤버십토토 가입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다 통지해 주는 것은 어떠냐

27회 국무회의 회의록 중 이재명 대통령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칭찬한 사망멤버십토토금 유동화 제도가 오는 30일 본격 시작된다. 금융위원회와 국내 주요 생명멤버십토토사들은 유동화 정책성 특약을 동시 출시한다. 특약은 종신멤버십토토의 사망멤버십토토금 일부를 연(年)·월(月) 지급으로 전환해 노후 소득 공백을 메우는 것이 골자다. 이어 신탁제도와 결합하면 생전 현금흐름 확보와 사후 자산 분배를 한 번에 설계할 수 있게 된다.

12일 멤버십토토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와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KB라이프·신한라이프 등 5개 생보사는 이달 30일 연 지급형 사망멤버십토토금 유동화 정책성 특약을 내놓는다. 전산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내년 초에는 월 지급형을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노후 금융서비스 안전망 구축’의 핵심 과제로 지난해부터 멤버십토토개혁회의와 업계 실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번 특약을 준비해 왔다. 이 대통령은 유동화 정책에 대해 “좋은 제도를 잘 만들었다”고 치켜세운 바 있다. 금융당국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계약자에게 문자·카카오톡으로 개별 통지하고 ▷철회권·취소권 ▷유동화 전·후 총수령액 비교표 제공 등 고령층 맞춤 소비자보호 장치도 함께 적용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대상 계약자 전원에게 적극 안내하겠다”며 “불완전판매 방지 장치를 철저히 운영해 안전한 이용을 돕겠다”고 말했다.

납입완료 확정형, 최대 90% 정기 수령

사망멤버십토토금 유동화는 납입 완료한 금리확정형 종신멤버십토토을 유지하면서, 사망멤버십토토금의 최대 90% 범위에서 정기형(연·월)으로 생전에 받게 하는 제도다. 총수령액이 앞서 낸 멤버십토토료 100%를 초과하도록 설계되며, 유동화 기간은 연 단위로 최소 2년 이상 설정할 수 있다. 일시금 전환은 불가하며, 추가사업비는 없다.

이는 급격한 고령화와 높은 노인빈곤율 속에서 소득 공백기를 메우기 위한 ‘생전 소득 전환’ 수단이다. 한국은 올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처음 진입했으며, 노인빈곤율(66세 이상 중위소득 50% 이하)은 39.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하위 수준이다. 또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노후 적정 생활비(개인 월 192만원) 대비 국민연금 노령연금 평균급여액은 월 62만원(2023년 12월 기준)에 불과해, 안정적 노후소득 수단을 제공하려는 취지다.

대상은 ▷금리확정형 종신멤버십토토 ▷납입완료(계약 10년·납입 10년 이상) ▷계약자=피멤버십토토자 ▷대출 無 ▷만 55세 이상 ▷사망멤버십토토금 9억원 이하 등 요건을 충족한 계약이다. 당초 65세였던 적용 나이를 55세로 낮춰 은퇴 시점과 연금 수령 개시 시점 사이 소득 공백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유동화 대상 계약은 75만9000건, 35조4000억원에 달한다. 5개 생보사는 연금형으로 먼저 출시한 뒤, 내년 서비스형(요양·헬스케어 등 원가 이하 제공)으로 확장한다. 최대 90% 한도 내에서 유동화 비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멤버십토토사는 유동화 비율 및 기간에 따른 지급 금액 비교 시뮬레이션 표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30세에 가입해 매월 8만7000원씩 20년간 총 2088만원을 납입한 사망멤버십토토금 1억원 종신멤버십토토 계약자가 70% 유동화를 선택하면, 55세부터 20년간 연평균 약 164만원(총 3274만원)을 받을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 65세에 개시하면 연평균 약 218만원(총 4370만원), 75세엔 연평균 약 268만원(총 5358만원)을 받는다. 나이가 많을수록 책임준비금 적립액이 커져 수령액도 늘어나는 구조다. 잔여 사망멤버십토토금 3000만원은 장례비용이나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잔여몫은 신탁으로 관리…커지는 수요

특히 이번 사망멤버십토토금 유동화와 1년 전 도입된 멤버십토토금청구권 신탁과 함께 활용하면 생애 전반의 종합 노후 대비가 가능해진다. 멤버십토토금청구권 신탁은 사망 시 멤버십토토금 청구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해 분할·조건부로 지급하는 제도다. 유동화로 생활비를 마련해 생전 현금흐름을 대비한다면, 신탁은 갑작스러운 유고 시 또는 사후 남는 멤버십토토금을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도와준다. 예컨대 자녀 학비·생활비·상속세 납부 등 목적별 분할 지급으로 설계할 수 있다.

멤버십토토업계 관계자는 “유동화는 생전, 신탁은 사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며 “젊을 때는 조기 사망 시 자녀에게 재산이 안전하게 전달되도록 신탁으로 대비하고, 은퇴 후엔 유동화로 노후자금을 보강하며, 최소 장례·상속세 재원은 남기는 식의 단계별 설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30~40대 신규 가입자에게는 미성년 자녀 보호를 위해 멤버십토토금청구권 신탁을 먼저 설계하고, 본인이 고령기에 접어들면 유동화로 생전 현금흐름을 당겨쓰는 방식으로 영업 현장에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취약수익자(장애·고령 배우자·미성년) 보호에도 유리하다. 유동화로 예측할 수 있는 연간·월간 현금흐름을 만든 뒤, 신탁으로 지급 한도·용도 제한을 설정해 일시 탕진이나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도입한 뒤로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선 지난 8월 말까지 누적 1628건, 금액으로는 4054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흥국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취급하고 있으며, 지난달 이른바 ‘빅3’ 중 하나인 한화생명도 멤버십토토금청구권 신탁을 내놨다. 더 나아가 메트라이프생명은 하나은행과 멤버십토토금청구권 신탁 서비스 확대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고, ABL생명은 이달 특화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멤버십토토업계는 유동화 제도 도입과 신탁 연계 등을 통해 사망멤버십토토금 이용 저변이 넓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장례 또는 상속세 재원과 이른바 ‘치매머니’ 등 인지저하 대비 자산보호 수요가 갈수록 커지면서 관련 문의도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실무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계완 교보생명 종합자산관리팀장은 “신탁이 제대로 쓰이려면 관리형 신탁의 범위와 재신탁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고령자에게 맞춘 표준서식과 전자서명 등 비대면 절차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멤버십토토금청구권 신탁 등 목적형 신탁에 대한 합리적 세제·유인 설계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