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히어로토토 고수’ 계좌 분석해보니

국내주식 비중 3%→28.4%로 껑충

국장 히어로토토(26%)도 해외(24%) 앞질러

히어로토토가 담은 종목 방산·AI·미국 지수 등

금리 내리고 코스피 올라 국장 복귀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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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히어로토토 전용 적금 상품만 찾던 고객들도 이제 국내 주식을 어떻게 담을 수 있는지 부쩍 많이 물어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

추석 연휴 직후 열린 첫 거래일 코스피 지수가 3600선을 첫 돌파하며 국내 증시의 새 장을 열었다. 역대급 훈풍을 타자 예적금에 돈을 묶어뒀던 은행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히어로토토) 투자자들까지 ‘국장(국내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돌아오고 있다.

시중은행 히어로토토 투자 고수의 경우, 올 들어 국내 주식 비중을 9배나 늘리며 26% 넘는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이제는 ‘국장 복귀순=수익률 역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은행 히어로토토 고수들도 돌아왔다

11일 헤럴드경제가 은행권 신탁형 히어로토토 중 유일하게 국내주식을 취급하는 국민은행을 통해 ‘히어로토토 수익률 상위 1% 고수’의 계좌를 분석한 결과(지난달 25일 기준), 이들이 보유한 국내주식 평균 비중은 28.4%로 작년 말(3.16%) 대비 약 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기간 해외주식 비중은 72.2%에서 48.7%로 낮아졌고 예적금(4.9%→2.9%)과 해외채권(1.3%→0.2%) 등 안전자산도 일제히 감소했다. 은행권 히어로토토 계좌의 투자 동향을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히어로토토는 통장 하나로 국내 상장주식·펀드·상장지수펀드(ETF), 예·적금 등 모든 재테크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일명 ‘만능 절세 통장’으로 불린다. 이 중 은행권이 주로 취급하는 신탁형 히어로토토는 펀드와 예금 중심으로 운용되는데, 올해 국장 열풍에 히어로토토 고수들 사이에서 국내 주식 수요가 부쩍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은행권 신탁형 히어로토토의 편입 자산 중 예·적금 비중은 무려 95.4%(15조2292억원)에 달할 정도다.

전체 히어로토토 고객의 국내 주식 비중이 1%에도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상위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부진하자 히어로토토 고수들도 2023년(12%)에서 2024년(3.16%)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대폭 줄였지만 올 들어 30% 돌파를 앞두며 빠르게 복귀했다. 지난해 해외 ETF와 예·적금 비중을 줄이고 국내 주식으로 대거 자금을 옮긴 결과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 히어로토토 고객들은 여전히 예·적금 중심의 안정적 운용을 추구하지만, 최근 국내 주요 주가지수들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국내 주식 금융상품 선호도 커지고 있다”면서 “당행의 신탁형 히어로토토는 타행과 달리 ETF나 펀드뿐 아니라 개별 국내 주식까지 직접 편입할 수 있어 시장 흐름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히어로토토 투자, 금리 인하기에 ‘절세+수익’ 두 마리 토끼

국내 주식의 히어로토토은 해외 주식을 앞지르며 ‘히어로토토 역전’도 이뤄냈다. 상위 1%의 국내 주식 평가히어로토토은 작년 말 -4.4%에서 올해 26.5%로 크게 개선됐다. 이는 해외 주식 히어로토토(24.5%)보다 높은 성과다. 같은 기간 전체 고객들의 히어로토토 역시 -19.7%에서 8.2%로 회복세를 보였다.

은행 히어로토토 고수들이 주로 투자한 ‘톱5’ 상품만 살펴봐도, 국내 핵심 방산기업을 담은 ‘방산 ETF’의 최근 1년 수익률이 207.7%에 달했다. 이 밖에도 AI 테마(글로벌 AI 액티브 ETF 75.8%, 미국 AI 전력인프라 ETF 67.7%)와 미국 주요 지수(S&P500 ETF 21.6%, 나스닥100 ETF 29.5%) 상품도 여전히 강세였다.

이 같은 변화는 금리 인하기에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며 투자심리가 회복된 영향이 크다. ‘코스피 5000’을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코스피는 지난 6월 20일 3000선을 넘었고 지난 10일 3600선(종가 3610.6)마저 뚫었다.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50.47%로 주요 30여 국 중 1위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은 증권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말이 생겨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은행 히어로토토 계좌의 금리 매력도가 떨어진 것도 자금 이동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히어로토토 전용 예금금리는 12개월 만기 기준 2.35~2.44%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최고 연 2.5~2.6%로, 히어로토토 전용 예금금리보다 높다.

히어로토토 고수들은 금리 하락기와 증시 반등기 속에서 ‘절세+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히어로토토는 통장 내 투자상품의 순이익을 ‘통산’해 일반형은 200만원, 서민·농어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더라도 9.9%의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돼, 이자·배당소득세율(15.4%)보다 부담이 낮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한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중장기적으로는 주주환원 확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고 정부의 AI 산업 육성 정책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관세 협상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업종 중심으로 투자 매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fo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