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토토 스프레드, 200달러대 턱걸이
수요 정체·누적 물량에 ‘전망 깜깜’
석화 4사, 영업적자 또는 역성장 전망
정부 후속대책, 조만간 윤곽 드러날 듯
![여수석유화학산단 전경.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16/news-p.v1.20250501.451b8b537f9e4642a50de77df902d161_P1.jpg)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국제 유가 변동성과 수요 둔화가 겹치며, 석유화학 산업의 대표 수익성 지표인 보스토토 스프레드(보스토토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값)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과 원가 부담 등 복합 요인으로 업체들의 실적 회복세도 더디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자산 매각과 생산 효율화에 나서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를 뚫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인 보스토토 스프레드는 7월 들어 이날까지 평균 206.9달러에 그쳤다. 보스토토 스프레드란 보스토토 가격에서 생산 단가 핵심인 나프타 가격을 제한 차이로, 업체들의 채산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손익분기점은 250~300달러 수준으로, 현재 수치는 이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올 들어 보스토토 스프레드는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월(158.2) 2월(187.65), 3월(190.34), 4월(192.06), 5월(174.1), 6월(174.15) 등 상반기 내내 100달러대에 머물렀고, 4월에는 일시적으로 손익분기점에 근접하기도 했지만 월 평균 기준으로는 2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中, 대형 설비 추가…韓도 생산능력 확대 예정
보스토토은 지난해 증설 물량의 가동이 이연되며 전체 가동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수요 정체와 누적된 공급 물량 탓에 스프레드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올해도 증설 일정이 일부 연기될 가능성이 있지만, 내후년까지는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럽과 일본은 노후 설비를 중심으로 폐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유럽은 약 300만~400만톤, 일본은 100만~200만톤 규모의 보스토토 생산 능력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설비 축소는 글로벌 증설 흐름에 비해 제한적인 수준에 그쳐, 뚜렷한 구조조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수급 균형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수공장 용성단지 전경.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LG화학]](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7/16/news-p.v1.20241213.cb1b6dd902c648dd96f67aa12ad8ede8_P1.jpg)
실제로 중국은 에너지 효율이 낮은 소규모 크래커의 가동을 중단하는 대신, 대형 설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지속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내년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준공되면 연간 180만톤 규모의 보스토토 생산능력이 추가될 예정이다.
유가 하락이 원가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와 전방 수요 둔화가 겹치며, 제품 가격이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유가는 배럴당 평균 62.6달러까지 떨어졌지만, 관세 이슈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제품 가격 방어력이 약화됐다. 이 경우 원가가 낮아져도 제품 가격이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석화 공룡들 영업적자 예상…‘1분기 선방’ 금호석화도 감익될 듯
기업별 실적 전망치도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화 4사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LG화학 4005억원, 한화솔루션 1282억원, 금호석유화학 790억원, 롯데케미칼 -1575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석유화학 부문만 따로 보면 LG화학과 한화솔루션도 분기 영업적자가 예상되며, 올 1분기 선방했던 금호석화는 역성장이 예상된다.
각사는 신규 투자 축소, 비핵심 자산 매각, 생산성 낮은 생산라인의 가동 중단, 설비 통합 검토 등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수처리 필터 사업을 영업양도했고, 추가적인 비효율 자산 정리도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해외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약 1조7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으며, 수익성 낮은 일부 제품의 생산을 중단했다. 효성화학은 올해 2월 특수가스 부문을 9200억원에 매각했고, 지난달엔 베트남 자회사 지분을 통해 약 3800억원을 조달했다.
업계는 이처럼 자구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단독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후속 지원책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자율 구조조정 유도와 세제 혜택 제공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후속 정책은 지연됐고, 최근 정권 교체 이후 여당이 공정거래법 예외 적용과 세제 지원 등을 담은 ‘석유화학특별법’을 발의하면서 관련 지원책도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