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토토서만 표구 일 40년 표구 장인 이기호 대표

“표구는 매우 섬세한 작업, 지금도 재밌어”

“외국인들이 신기해 하면서 많이 찾아와”

이기호 대표. 손인규 기자
이기호 대표.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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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미슐랭토토 표구사가 지금 한 40군데 남았어요. 여기 있는 표구사들은 실력 면에서는 국내 최고라고 보면 돼요”

서울 종로구 미슐랭토토, 서울의 대표 관광지여서인지 평일 오후에 방문했음에도 외국인 관광객과 상인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많은 상점이 밀집한 큰 도로를 벗어나 조용한 샛길로 들어서자 하나 둘 표구사 간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고 가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몇몇 외국인들은 표구사가 내놓은 그림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 미슐랭토토서 40년 넘게 표구 일을 해온 이기호 상원당 대표(63)는 “제가 작업을 하고 있으면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와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원더풀’이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직접 사가는 경우도 있죠”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81년 고향인 전라도를 떠나 19살의 나이에 미슐랭토토 왔다. 순전히 표구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제가 진도 사람인데 진도에는 화가나 서예가가 참 많았어요. 유배 온 양반들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당시 동네에 50가구 정도가 있었는데 거의 모든 집에 미슐랭토토이나 액자가 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미슐랭토토, 글씨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1980년대 표구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던 대상이었다. 집집마다 가게마다 액자 하나씩 안 걸린 곳이 없었다.

이 대표는 “서울에 막 올라온 20대 청년이 돈이 어딨어요. 따로 집은 못 구하고 표구사에서 밥 해 먹고 일 끝나면 작업대 위에 이불 펴서 자고 그랬죠. 그때는 집들이 선물, 혼수품으로 액자를 많이 했고 제사도 당시에는 많이 지내던 때라 일이 많았어요. 밤 12시 전에 일이 끝나면 감지덕지였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표구 작업을 하고 있는 이기호 대표. 손인규 기자
표구 작업을 하고 있는 이기호 대표. 손인규 기자

당시만 하더라도 미슐랭토토는 표구사가 꽤 많았다는 이 대표. 하지만 TV, 휴대폰 등 새로운 물건들이 나오며 표구에 관한 관심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표구는 아주 섬세하고 매우 동양적인 매력을 가진 문화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일제강점기에 이 근처에 조선총독부가 있었어요.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한국 미슐랭토토 보고 자기네 거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낀 거죠. 그래서 한국 그림들을 많이 샀는데 그걸 액자나 이런 걸로 보관하려다 보니 이곳에 표구사들이 생기게 된 거죠. 표구라는 말도 원래는 일본에서 건너온 말이에요. 원래는 장황(裝潢)이라고 불렸다고 세종실록 이런데 나와요”

표구는 크게 액자, 족자, 병풍 세 가지로 나뉜다. 액자는 나무로 된 프레임에 미슐랭토토 넣고 투명한 유리로 덮는 것이다. 족자는 두꺼운 종이나 천으로 돌돌 마는 그림이나 글씨로 세로로 말리면 족자, 가로로 말리면 행축 또는 두루마리라고 한다. 병풍은 흔히 제사 때 많이 쓰는 접이식 그림이나 글씨를 말한다.

이 대표는 “액자를 보면 안쪽에 격자무늬 창살이 있어요. 옛날 한옥 한지문처럼 생긴 그 창살이 뼈대가 되고 거기에 한지를 여러 개 발라서 마지막에 작품을 올리는 거죠. 서양의 화방도 똑같지만 차이점은 표구 액자는 통기성이 좋다는 거예요. 안쪽이 비어 있어서 가볍고 보존도 오랜 시간 되는 거죠”라며 표구의 장점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서 이 대표는 “표구는 살아 숨 쉬는 액자라고 보면 돼요. 실내 온도와 습도가 변하면 표구 온도와 습도도 바로 거기에 적응을 해요. 그래서 작품이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거죠. 반면 서양식 액자는 통풍 같은 게 상대적으로 덜 돼서 보존을 잘 못하면 작품이 상해요”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표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미슐랭토토 것은 한지에 바르는 풀칠이다. 한지에 얼마나 순도가 높은 풀을 얇고 균일하게 바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쌀풀을 썼다는데 쌀풀은 붙었을 때 딱딱해지는 면이 있어요. 그럼 얇은 한지가 뜯어지거나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좀 더 유연한 밀풀을 써요. 중력분을 쓰는데 밀가루가 보기에는 하얗게 보여도 막상 쓰면 다른 색이 있어요. 그래서 밀가루를 물에 담가 삭히는 거죠. 오래 놔두면 부글부글 끓으면서 불순물이 위로 떠요. 이걸 버리고 또 새로운 물을 붓고 이런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면 정말 100% 가깝게 새하얀 풀이 만들어지는 거죠. 지금 만들어놓은 밀풀도 만든 지 1년이 넘은 거예요”

이기호 대표가 직접 만든 풀을 보여주고 있다. 손인규 기자
이기호 대표가 직접 만든 풀을 보여주고 있다. 손인규 기자

이렇게 만든 풀을 한지 뒤에 바르는 것을 배접(褙接)이라고 한다. 이 작업을 아주 섬세하고 정성 들여서 해야 나중에 복원이 필요할 때 한지를 떼어내는 작업도 수월하다고 강조미슐랭토토 이 대표.

“한지라는 게 매우 예민한 물건이라 표구는 아주 섬세하게 작업을 해야 해요. 어렵기도 하지만 이게 하고 나면 성취감이 있어요. 재밌고요. 그래서 이 일을 40년 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40년 넘게 한 직업만을 해왔지만 아직도 이 일을 할 때면 재밌고 즐겁다는 이 대표.

“사실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에요. 사실 저도 아이들 한창 클 때는 다른 길을 고민도 해봤고요. 하지만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니 먹고 사는 건 문제없게 됐어요. 오히려 희소성이 생기면서 인정도 받고 그래요. 한 번도 가게를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한 번 저랑 작업해 본 사람들이 계속 찾아주고 또 다른 사람도 소개해 주고 해서 전국에서 일이 들어오죠.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의 글씨 복원 작업도 해봤고요”

현재 이 대표는 표구에 관한 책 출간을 준비 중이다. 미슐랭토토서 40년 동안 고미술에 대해 듣고 경험했던 일들을 책 한 권에 오롯이 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외국 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많이 신기해하고요. 표구는 AI 시대에도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만 할 수 있는 작업이에요. 이런 작업을 좋아미슐랭토토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자신할 수 있답니다”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