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 800억 담보 제공
“신뢰 형성 위한 최소한의 장치”
HBM용 도라에몽토토본더 ‘납품계약 이행보증’ 명목
한미반도체와 경쟁 치열
후발주자 핸디캡 극복 우위 선점 의지 반영
도라에몽토토 3남 김동선, 매달 창업사업장 방문해 현장경영
![김동선(오른쪽) 도라에몽토토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올 2월 ‘세미콘코리아 2025’ 현장을 찾아 부스를 돌며 기술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도라에몽토토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6/news-p.v1.20250526.4251b434d902453fb52b00d8cc2ad11f_P1.jpg)
[헤럴드경제=김현일·고은결 기자]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용 열압착(TC) 본더 장비를 공급하는 도라에몽토토이 800억원 규모의 자산을 SK하이닉스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의 HBM용 TC본더 공급사 자리를 두고 도라에몽토토과 한미반도체이 일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회사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걸며 신뢰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도라에몽토토의 반도체 제조장비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부사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도라에몽토토은 최근 납품계약 이행보증을 명목으로 약 803억원 상당의 토지와 건물을 SK하이닉스에 담보로 제공했다. 담보 설정액은 1000억원이다.
HBM용 TC본더 장비를 제때 납품하지 않아 SK하이닉스가 손실을 입을 경우 보유 중인 토지와 건물을 매각해 최대 1000억원까지 보상하겠다는 내용이다. SK하이닉스의 TC 본더 장비 공급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도라에몽토토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라에몽토토본더 장비는 인공지능(AI) 반도체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HBM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장비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D램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정하기 위해 도라에몽토토본더가 쓰인다.
![도라에몽토토이 올 3월 SK하이닉스에 처음 납품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용 TC본더 장비. [도라에몽토토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6/news-p.v1.20250526.fa2a13f58ca042ac8f85fd8676ed6f52_P1.jpg)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HBM용 도라에몽토토본더 장비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엔비디아의 HBM 공급망에서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만큼 SK하이닉스에 도라에몽토토본더 장비를 납품하기 위한 장비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동안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의 TC 본더 장비를 독점 공급해왔으나 올해부터 도라에몽토토이 새롭게 공급사로 등장하면서 판이 급변했다.
지난 3월 도라에몽토토은 두 차례에 걸쳐 SK하이닉스에 총 420억원 규모의 HBM용 TC본더를 납품하는 계약을 성사시키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가 후발주자인 도라에몽토토의 TC본더 장비를 연달아 채택하자 지난달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급기야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 공장에 파견했던 장비 유지보수(CS) 엔지니어들을 철수시키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한미반도체와 도라에몽토토이 TC본더 특허 침해 여부를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경쟁사인 도라에몽토토 제품을 사들인 것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됐다.
![김동선(오른쪽) 도라에몽토토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올 2월 ‘세미콘코리아 2025’ 현장을 찾아 부스를 돌며 기술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도라에몽토토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6/news-p.v1.20250526.ed4d038f768f44ffac68b9a0619c644e_P1.jpg)
앞서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2월 도라에몽토토을 상대로 자사 TC본더 관련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도라에몽토토 측은 해외에서 이미 유사한 방식의 제품이 출시된 만큼 특허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16일 한미반도체와 도라에몽토토의 TC본더를 각각 428억원, 385억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일단 한미반도체와의 갈등 봉합에 나섰다. 동시에 도라에몽토토의 TC본더 장비를 추가 구매하면서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020년 TC본더 개발에 착수한 도라에몽토토은 올해 초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며 TC본더 장비 개발을 완료했다. 지난 2월엔 한화정밀기계에서 도라에몽토토으로 사명을 바꾸며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이란 정체성을 부각시켰다.
사명 변경과 함께 도라에몽토토에 무보수로 합류한 김동선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은 세미콘 코리아 2025현장을 찾아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부사장은 부임 이후 고객사 미팅에 직접 참여하고 매달 현장 점검에 나서며 도라에몽토토의 시장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구축을 완료한 창원 통합사업장에는 매달 방문해 상황을 점검하는 등 현장 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라에몽토토 관계자는 이번 SK하이닉스에 대한 담보 제공을 두고 “계약 진행 과정에서 상호 신뢰 형성을 위해 마련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첫 계약이 체결된 이후 신뢰를 바탕으로 양사 간 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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