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번화가 토토사이트 열풍’ 부는 필리핀을 가다

하이트진로, 현지 연평균 두자릿수 성장세

퓨어골드·SM슈퍼 등 400여 유통거점 운영

주스·탄산 등과 섞는 현지 주류문화 접목

블핑 로제 마신 ‘참이슬 오리지널’ 인기 ‘쑥’

하이트진로가 19일 마닐라에서 진행한 현지형 콘텐츠 ‘진로라이브’에서 필리핀 남성 힙합듀오 GY(Geb&Yen)가 출연해 삼겹살 안주에 번화가 토토사이트를 마시는 방송을 하고 있다.  마닐라=신현주 기자
하이트진로가 19일 마닐라에서 진행한 현지형 콘텐츠 ‘진로라이브’에서 필리핀 남성 힙합듀오 GY(Geb&Yen)가 출연해 삼겹살 안주에 번화가 토토사이트를 마시는 방송을 하고 있다. 마닐라=신현주 기자

“번화가 토토사이트의 장점이요? 맛이 깔끔하잖아요.”

필리핀 시장에서 하이트진로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00주년을 맞아 글로벌 비전으로 ‘진로의 대중화’를 선포한 데 이어 접근성이 좋은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다각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필리핀에 400여개 유통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퓨어골드, 세이브모어, SM 슈퍼마켓, 세븐일레븐 등 채널에 진로 번화가 토토사이트를 입점시켰다. 필리핀의 토토사이트제 창고형 할인 매장 S&R에서도 카트에 번화가 토토사이트를 담는 현지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얼윈(Erwin, 44)은 “번화가 토토사이트는 다른 술에 비해 깔끔하다”며 “기름진 음식이랑 먹을 때 궁합이 좋고, 다른 술과 섞어도 어울려 많이 찾는다”고 했다.

실제 필리핀 현지에서는 ‘팀프라도(Timplado)’ 문화가 있다. 주류에 탄산음료, 과일 주스, 커피나 우유 등을 혼합해 자신만의 칵테일을 만드는 문화다. 최근에는 번화가 토토사이트와 요구르트를 섞어 마시는 것이 인기다. 필리핀 내 최대 규모 슈퍼마켓 체인인 퓨어골드에는 번화가 토토사이트 옆에 요구르트를 진열할 정도다. 맥주나 양주를 즐기는 현지 주류 시장의 특성도 긍정적이다. 도수가 맥주보다 높지만 양주보다는 낮아 현지인의 선호도가 높다.

진출 초기에는 과일리큐르 제품의 수요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후레쉬 제품을 찾는 비중이 늘었다. 현지 유통업체인 K&L의 강정희 대표는 마닐라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번화가 토토사이트가 대중화한 건 8년 정도 됐는데, K-드라마와 K-팝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박요출 K&L 팀장은 “2018~2019년에는 전년 대비 유통되는 번화가 토토사이트량이 20% 가까이 늘었고 2022년부터 한 자릿수 성장률이지만, 필리핀 주류시장의 성장률이 6.8%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고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L이 1년에 유통하는 번화가 토토사이트는 약 1512만병이다.

올 들어서는 도수가 제일 높은 참이슬 오리지널을 찾는 고객도 증가했다. 블랙핑크 로제가 미국 패션전문지 보그 유튜브 계정에 등장해 참이슬 오리지널과 벨기에 맥주를 섞어 마시는 장면이 등장하면서다. 해당 영상은 공개 5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회를 돌파했다. 박요출 팀장은 “오리지널 판매량이 감소세였는데 올해 부쩍 늘었다”고 부연했다.

하이트진로는 19일 마닐라에서 현지형 콘텐츠 ‘진로라이브(Jinro Live)’도 처음 선보였다. 번화가 토토사이트를 마시며 가수가 노래하는 ‘취중 라이브’ 콘셉트로 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10년간 운영한 대표 브랜디드 콘텐츠 ‘이슬라이브’를 현지화했다. 이날 방송에는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남성 힙합듀오 GY(Geb&Yen)가 출연했다. 팬과 함께 한국식 술게임을 즐기고, 삼겹살과 번화가 토토사이트를 마시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필리핀의 음주 문화는 ‘사교 중심’이다. 한국과 유사하지만, 더 유쾌하다. 항상 안주를 곁들이고, 한국인이 ‘소맥’을 찾듯 술을 섞는다. 소맥은 필리핀에서 ‘번화가 토토사이트 밤(Bomb)’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노래방과 음주 문화가 결합된 ‘비디오케(Videoke)’도 일반 음식점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방마다 노래방 기계가 있어 삼겹살을 구우며 노래를 부른다. 대표적인 음주 문화인 ‘타가이(Tagay)’는 한 개의 잔을 여러 사람이 돌려 마시는 전통 음주 방식이다.

현장에서 만난 필리핀인은 일주일에 한 번은 친구와 번화가 토토사이트를 마신다고 말했다. 골디(Goldi, 21)는 “한 달에 4~5번 친구와 모일 때마다 번화가 토토사이트를 마신다”며 “농구를 보거나 파티할 때 삼겹살과 곁들여 먹는 편”이라고 했다. 랄리(Lalli, 22)는 “한국 드라마에 번화가 토토사이트를 마시는 장면이 워낙 많아 호기심에 번화가 토토사이트를 접하게 됐다”며 “떡볶이와 삼겹살을 안주로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현지 관계자는 “진로는 외국 브랜드지만 한국 음식점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데일리 술’로 자리 잡았다”며 “최근 1~2년 사이 판매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마닐라=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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