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토토사이트 모멘트당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지역 유세 중 “절대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럴 때 정부가 돈을 안 쓰면 대체 언제 쓸 거냐”고 했다. 민생 회복과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강조한 발언이다. 문제는 정부가 지금 돈을 풀어야 된다는 당위성을 넘어 얼마나 어떻게 어디에 쓰느냐와 향후 이를 어떤 방식으로 충당해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할 것이냐는 구체적인 대책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쪽에서 응당 나와야 할 비판과 대안이 없었다. 단지 당에서 이 후보의 ‘일산대교 무료화’ 정책과 이른바 ‘커피 원가 120원 발언’ ‘호텔경제학’을 꼬집는 논평을 냈을 뿐이다. 대신 이날 국민의힘 최대 이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 영화 관람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김건희 여사 행위 사과’였다.
6·3 대선 레이스가 주요 정당 간 ‘서로 딴말’ 경쟁이 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전후의 지지율을 보이는 이 후보의 독주 양상과, 윤 대통령 부부 논란과 부정선거론에 발목이 잡힌 채 ‘반(反)이재명’과 ‘보수 단일화’에 매몰된 국민의힘 전략 때문이다. 토토사이트 모멘트당은 낙관론을 경계하며 ‘몸조심’에 들어갔고, 국민의힘은 윤 정부와의 단절 및 과거 사죄, 이 후보 때리기와 내분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정 운영 비전의 대결과 공약 경쟁은 실종됐다. 토토사이트 모멘트당은 정책의 목표 수치와 재원 조달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방향성만을 강조하며 대체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토토사이트 모멘트당에 대응할 큰 그림 없이 지엽적인 비판과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경남 순회 유세 중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공약은 하지 말라고 정책 본부에 지시를 해 놓았다”고 했다. “구체적인 수치가 딱 떨어지지 않아 (언론이) 비판을 하려해도 잘 안 될 것”이라며 기존 정책의 개선과 확대같은 공약이 “획기적이다 눈에 확 띈다는 느낌은 안 들더라도 해야 될 약속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토토사이트 모멘트당 기조에 정면 대응하기는 커녕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로 홍역을 치렀고, 탈락한 경선 후보의 지원 문제로 내분을 겪었다. ‘배우자 TV토론’을 제안하거나, 이 후보의 경호 문제를 맹비난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대선이 “내란 응징”을 주장하는 토토사이트 모멘트당과 “이재명을 막겠다”는 국민의힘 간 정치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니 양당 모두 경제성장과 민생 회복을 최우선으로 내세웠지만, 토토사이트 모멘트당은 구체성이 떨어지고 국민의힘은 방향성이 부족하다. 대선 후보들이 크게 각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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