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없는 포퓰리즘 공약, 실증을 무시한 플레이, 코 앞의 이득에만 눈 먼 군중심리에 대한민국이 휘청거리고 있다. 이젠 뭘 한다해도 믿을 수 없다는 ‘신뢰의 위기’에다 다른 곳에 이익을 준다면 악착같이 막겠다는 ‘뒷다리 토토사이트 위키’가 판을 칠 태세이다.
지역의 살림살이를 돌봐야할 도백(道伯)은 단식에 들어갔고, 원하는 바를 이룬 국회의원은 단식을 푼다. 지역유지들은 반정부투쟁의 목청을 높이며 일손을 놓았다. 지역감정은 영호남을 넘어 ‘모든 지자체의 모든 지자체에 대한 투쟁’으로 번질 우려마저 보인다. 과학벨트 대전 확정설이 나오면서 충북,충북지역 일각에서도 반발하는 등 소(小)지역주의 조짐도 있다.

내가 가지려고 일찍이 농성에 돌입하고, 나중엔 남이 가졌다고 데모하는 ‘속좁은’ 투쟁이 사시사철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배려없는 국민성’이 한국인의 참모습으로 비쳐질까 두렵다.
금도를 넘어선 이기주의의 원죄는 기초 실사조차 빠진 헛된 공약과 조령모개식 말 바꾸기에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캠프는 “첨단과학과 인적자원이 풍부한 충남 지역에 국제과학기업도시를 건설하겠다. 대덕 R&D 특구의 입주기업을 지금의 770여개에서 2015년까지 3000개 이상이 되도록 집중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종시 백지화’에 실패한 현 정부는 대전충청 과학벨트의 원점 재검토론을 들고 나왔고 대구,광주 쪽에 선정 기대감을 강하게 심으면서 일은 꼬였다. 약속을 했으면 어떻게 지킬지를 고민했어야지 말을 바꾸고 또 바꾸면서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파문도 정적이 내세운 그럴듯한 청사진을 검증없이 채택한 게 화근이 됐다. 2007년 11월 한나라당 대선캠프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약속이자 영남권의 숙원사업인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삼았다. 하지만 사전에 타당성을 조사하는 절차는 별로 없었다. 참여정부의 포퓰리즘를 그토록 비난하던 한나라당 캠프는 그 포퓰리즘을 ‘표(表)퓰리즘’으로 계승한 것이다.
심사위원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정보의 사전유출, 여론떠보기 관행도 ‘신뢰의 위기’를 초래했다. 원조인 프랑스의 여론풍선 띄워보기(발롱 데세:Ballon D‘essai)는 불합리한 부분의 수정의지가 포함돼 있지만 한국 주요정책의 사전 플레이(play)는 다분히 ‘충격 완화’에 방점이 놓여져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편법 결정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해 덮어버리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과학벨트 선정일은 16일 오후인데 이틀전 “대전 낙점”이 토토사이트 위키권에서 흘러나오면서 ‘실증 없는 토토사이트 위키적 판단’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사전 유출을 막으려고 정밀검토작업을 15일 오후로 미뤄놨는데 하루전 ‘결과’가 나와버리자 한 심사위원은 “황당하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전에 안(案)은 없다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바보가 됐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때에도 사전에 유출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진주 일괄이전때에도 그랬다. 떡고물을 받지 못한 지자체의 반발이 뻔하기 때문에 미리 김을 뺀 것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참여정부때 LH 진주 전주 분산배치 방침이 정해진터라 전북쪽 반발이 거세자 국민연금공단을 ‘꿩 대신 닭’이라며 전주에 준다고 했다. 공정ㆍ객관ㆍ실증ㆍ실용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호남권 정치인들은 “수용불가”를 천명하고, 대구경북 의원들은 “토토사이트 위키”라면서 강력 반발하면서 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떼법’이 판치고 국론은 이기주의로 찢기고 있으며, 다른 동네 사람들은 모두 적(敵)이 되는 망국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개인성명을 통해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로,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면서도 “지자체 책임자들이 과격한 언행을 서슴지 않고 토토사이트 위키인들이 선동적 구호를 마구 쏟아내는 것이 한국 토토사이트 위키사회의 현주소이다.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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